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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아 Aug 29. 2022

게으름이 끼어든 틈

호흡과 게으름의 위험

요즘, 아침 6시에 수영을 한다. 6시까지 수영장에 가려면 최소 5 2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생각보다 5 반에 일어나는  쉽다. 오히려 애매하게 7, 7 반에 일어나는   힘들다. 아예 일찍 일어나면 게으름과 타협하고 싶어 하는 나도 아직은 잠결이라  틈새를 노려 벌떡 일어날  있다.



 아침 수영은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 하루의 첫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수영을 마치고 나오면 활력이 돈다. 약 4주간 이 루틴을 지켜오면서 '나 나름 부지런하다.' 생각했다. 스스로 게으름과 먼 사람이 되고 있음에 뿌듯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수영을 처음 배우는 초보자로서 동작 하나하나를 충실히 익혀야 함을 새삼 느꼈다. 발차기를 할 때는 무릎을 구부리지 않을 것, 머리는 팔에 붙일 것, 오른손을 돌리고 제자리에 올 때까지 왼손은 가만히 기다릴 것 등등. 하나하나 배울 때는 '이걸 누가 못해' 했지만, 동작이 합쳐지니 꽤나 어려웠다.  



 무릎을 구부리고 발차기를 하면 방향이 틀어지고, 머리와 팔이 떨어지면 가라앉는다. 또 돌리는 손이 제자리에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지 않으면 숨을 쉴 타이밍을 놓친다. 한 동작 한 동작이 잘 맞물렸을 때 제법 그럴싸한 수영 동작이 나온다.



 하지만 30분 정도 물장구를 치다 보면 숨이 가빠지며 힘들어진다. 그러면 동작에 신경 쓰는 것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당장 힘든 것에 집중한 나머지 충실히 지켜야 할 동작에 게으름이 끼어드는 것이다. 이 게으름 때문에 숨 쉴 타이밍을 놓쳐 결국엔 숨을 참거나 물을 잔뜩 마신다. 그러면 다음 동작은 더욱 숨이 차고 힘들어지게 된다.


 


 문득 게으름이 정말 무섭고 위험한 것이구나 생각했다. 힘들다는 핑계로 신경과 긴장을 놓아버린 탓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당장 편한 것으로 이끄는 이 게으름이 나의 생존 법칙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주 3일 아침 6시 수영이라는 맹목적인 행위 속에서 자부했던 부지런함이 무색해졌다.




 상상이긴 하지만, 여태껏 미루어버린 수많은 일들로 인해 어쩌면 생존을 위협했을만한 아주 큰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게으름이 끼어드는 틈을 발견하고 부지런히 집중하는, 충실한 순간들로   오늘을 보내자고 다짐하며 수영장을 나선다.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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