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해정
난 결심을 잘 하지 않았다.
완성하지 못 할 결과에 대한 부담을 덜고 싶기 때문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다시 보고 싶은 결심, 각본집을 읽고 싶은 결심, 영화를 갖고 싶은 결심.
8월 어느 월요일 오후.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한참을 서성였다.
여운이 너무 길어 집으로 바로 가고 싶지 않았다.
이 밀려오는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고, “언제 통화 한 번 하자”는 말을 한 친구가 생각났다.
“시간 날 때 전화해” 라는 톡을 남겨 놓고, 버스 정류장에 앉았다.
데면데면한 관계로 시간이 지나가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오늘은 꼭 통화를 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간단한 안부 인사로 대화는 시작되고 “나 영화 보고 왔어, < 헤어질 결심 >. 너무 좋더라... 너도 꼭 봤으면 좋겠다.” 는 말로 마무리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일은 늘 부담스러웠다.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게 하찮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이제는 결심을 해보려고 한다.
완성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지라도, 시작하겠다는 결심.
쓸데(는)없는 씨네클럽이 끝나더라도, 글을 계속 써 보겠다는 결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