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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정 Mar 06. 2021

행복의 조건

작은 딸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


작은딸이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의 일이다.

수업 중에 국어 선생님께서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셨다. 
학생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선생님께서는 사람마다 각기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다른데, 
오늘은 자신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 세 가지를 정리해서  공책에 적어 보라고 하셨다  
친구들은 쉽게 쓰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데 작은 딸은 너무 쉽게 답을 찾았다 
첫째는 내 동생이다  왜냐하면 내가 중간고사에서 한문 시험을 망치고  너무 속상해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동생이 다가와서 어깨를 토닥거리며

"누나, 다음에 잘하면 되잖아. 누나가 울면 나도 슬퍼, 울지 마... 응? 누나! " 하며
티슈를 갖다가 눈물을 닦아주고 나를 위로해 줬을 때 속상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으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둘째는 엄마다.
아침 잠결에 들려오는 엄마의 도마질 소리, 코끝에 와 닿는 쌀 익는 냄새, 
가족을 위해 맛있는 아침밥을 짓느라고 엄마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언제나 나를 행복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한다,
나를 깨우러 내 방에 들어와서 내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눕힌 다음,

다음 손바닥으로 내 등을 시원하게 쓸어 주시고 엄마 손가락과 내 손가락을 깍지 껴서 마사지를 해 주시며 
“내 새끼 밥 먹고 학교 가야지”하며 뽀뽀를 할 때 엄마에게서 나는 엄마 냄새가 참 좋다.
엄마는 내 행복의 근원이다 

셋째는 가족 여행이다. 
온 가족이 함께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그 지방 특유의 음식도 먹고,
차 안에서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언니와 동생과 끝말잇기를 하고 꿀밤 때리기 하는 게임도 재미있고, 음악도 듣고,
엄마 아빠가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엄마 아빠의 학창 시절 이야기나 연애시절 이야기, 우리들 어렸을 적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어릴 적, 온 가족이 문무왕릉 앞에서 보았던 장엄한 일출은  잊히어지지 않는다.  

바닷물이 들이칠 때마다 "자그락자그락" 소리를 내던 보길도의 검은색 자갈밭은 지금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제주도 우도에서 바라보던 그 눈부시게 파란 바다도 마치 어제 본 듯 기억이 선명하다. 
가족과 함께 다니는 여행은 많은 추억과 행복을 안겨준다 

국어 선생님은 경민이에게 폭풍 칭찬을 하시더니 경민이 공책을 들고 각반 수업시간마다 들어가서 
"이건 6반의 경민이가 쓴 글인데 들어 보세요" 하시며 다 읽어주셨다. 
작은딸은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만나는 다른 반 친구들에게  시샘 섞인 인사를 받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경민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가슴도 따뜻했다.
재잘거리던 경민이가 방으로 들어간 뒤,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행복의 근원도 가족이다.

예전에 셋째 오빠가 말씀하셨다
‘인간은 창작을 통한 성취감과 자식을 통해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성장하는 자식의 모습에서 늘 행복을 향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삶보다 숭고한 종교도 가족보다 신성한 경전도 알지 못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 나에게는 가족이 신성한 경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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