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원주
어느덧 모래밭에서 놀고 있던 온갖 세모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일행을 둘러쌌다.
“우리가 동그라미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하고 살았는데…….”
무리 중 한 세모가 말을 건넸다.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신기해했다.
“그럼, 우리 한 번 동그라미를 만들어 볼까요?”
깜찍이세모가 신이 나서 외쳤다. 그러자 가느다란 세모들이 모여 꼭짓점을 맞추며 둘러섰다.
“아니, 아니. 두 변이 같은 세모들만 오셔야지요. 우리 부채꼴처럼요.”
자신이 가느다랗다고 생각한 세모들이 아무나 모여들자 호기심부채꼴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 여기에 시내가 한마디 더 보탰다.
“꼭지각이 10도인 세모들만 오세요.”
그러자 꼭지각이 10도이면서 두 변이 같은 세모들이 하나둘 꼭지각을 들이대며 모였다.
“아직 두 명 더 올 수 있어요.”
수담이도 신이 나서 외쳤다. 이윽고 빙 둘러선 세모들이 모여 원 모양이 완성되었다. 가까이 지켜보던 세모들이 약간 멀리 물러서더니 진짜 원같이 보인다고 감탄을 했다. 시내와 수담이도 몇 발자국 뒤로 가서 보았다.
“시내야, 이등변삼각형 36개가 모이니까 정말 원과 똑같다. 그럼 원주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원주를 구할 수 있는 길이 보이자 수담이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어쩌면 이제 곧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래, 이등변삼각형의 밑변의 길이들을 모두 더하면 원주가 되겠네.”
시내도 웃음꽃이 활짝 핀 채 말했다. 생각지도 않게 원을 만들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세모들은 더욱 신이 났다. 각이 큰 세모들이 여럿 모여서 원처럼 둘러섰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꼭지각이 1도인 세모들이 모여서 원 모양을 만들려다가 360명을 채우지 못하자 꼭지각이 2도인 세모까지 모여 원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꼭지각이 1도인 세모들로 만들어진 모양은 가까이에서 봐도 정말 원과 똑같이 보였다.
모래밭에는 어느새 사다리꼴, 오각형, 칠각형은 보이지 않고 모두 각을 맞대고 서서 원 만드는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중간중간 삐죽 각이 튀어나온 원, 들쭉날쭉 찌그러진 원, 크고 작은 원들이 너무 많아 어지럽기까지 했다.
시내와 수담이는 너무나 어지러워 두 눈을 꼭 감았다. 빙글빙글 몸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노을빛이 붉게 퍼져 가는 강물과 모래톱, 넓은 벌판과 동그라미나라, 세모나라가 발아래에서 소용돌이치며 점점 작아졌다.
어디선가 “음매” 하는 누렁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괜찮아. 눈을 떠 봐.”
누군가 낮게 속살거리는 소리에 시내와 수담이가 가느다랗게 눈을 떴다.
“어, 여기는…….”
“동그라미들은 어디 갔지? 세모들은?”
시내와 수담이가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뚝에 묶인 누렁소가 반갑다는 듯이 시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렁이 눈동자에 멋쟁이동그라미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깜찍이세모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시내와 수담이가 말뚝에서 고삐 줄을 풀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누렁소는 큰 눈을 끔벅거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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