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휴직을 한 것도 있지만,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강철같이 단단하진 않지만 나름 단단한 계획과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 흔들리는 중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점점 줄어드는 통장잔고도 그렇고, 일을 하고 싶은 마음(다만, 전에 하고 싶던 그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배우고 도전해보고 싶은 많은 일들..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 길일까 하는 고민이다.
아직도 매일 갈등하고 고민한다. 결정을 내릴 시간이 아직 4달이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고민의 내용은 이렇다. 내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부지 아이인 건 아닐까? 나중에 지나고 나면 너무 아까워지지 않을까? 부모님의 행복은? 나는 행복할까?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한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선택했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다만 딸린 처자식이 있다는 것이 나와 다른 점이었으리라. 그렇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것이고, 지금 원하지 않는 일을 버리고 나설 용기도 있었겠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의 일을 알고 있다. 물론, 나와 그는 다른 존재이다. 다만, 물려받은 피의 2분의 1이, 그 연관성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는 안정적인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했지만 남은 가족들이 가진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힘들게 했다. 나는 그 결과인 우리의 삶을 알고 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이유도 나를 흔들리게 할 줄은 몰랐다. 그와의 일말의 연관성을 느끼게 될지 몰랐고, 내가 그렇게 자신 없는 상태인 가도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내가 모르게 그가 나에게 남긴 것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요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딸로서 ‘엄마처럼 살지 않겠어’라는 생각은 많이 해봤지만 ‘아빠처럼 살지 않겠어’라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니. 너무 벅차다.
휴직하기 전에 팀장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다고 했지. 그럼 여긴 쳐다도 보지 말고 그것만 봐. 그래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면 그때 돌아오면 된다”
그런데 어쩌죠 팀장님. 저는 매일매일 뒤를 돌아보고 있어요. 어떨 때는 너무 후련해서, 어떨 때는 그곳이 아쉬워서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을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마음에 맴도네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어쨌든, 나는 아직 흔들리는 중이다. 부끄럽지만 흔들리는 중이고, 너무 당연하게도 흔들리는 중이다. 그래도 부러지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맘껏 흔들리고 부러지지만 않기를...
아직 흔들리는 중입니다. 그리고 멈출 수 없을지도 몰라요. 다만 흔들림의 정도가 은은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