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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 himi May 10. 2021

솔직히 좀 쫄립니다.

알려줘, 텀블벅 성공하는 법(제발!)

지난해 겨울, 끝내주는 기획을 했다. 이른바 <도피> 프로젝트. 함께 하기로 한 작가 띵크포와 나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띵크포는 귀염뽀짝한 그림과 깊고 독특한 시각이 인상적인데, 학생일 때부터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글을 쓰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 띵크포가 올해 상반기 동안 한 가지 주제인 '도피'를 가지고 글과 그림을 쓸 계획을 세웠다. 솔깃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고, 제안을 넣어 책과 굿즈를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띵크포가 글을 쓰면 편집자 흉내를 냈으며 그림을 그리면 "좋아요"를 연발하며 컨펌했다. 구멍 숭숭이겠지만 예산안도 적어보고, 굿즈 디자인과 업체 선정도 착착 진행되었다... 만 모든 것의 전제는 '텀블벅 펀딩이 성공할 것'이란 점이 참으로 쫄깃하다.



18명의 후원자님들께 머리 조아려 감사를 표한다.

텀블벅 프로젝트는 오늘날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자본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도 창작이 가능하게 해 주며, 텀블벅 홈페이지에 프로젝트를 게시하고 후원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홍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상품을 구매할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 듯도 하며, 수수료도 저렴한 편이다. 무슨 이유로 시작했든 어찌 된 영문으로 마음을 먹었든 간에, 텀블벅 프로젝트는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닐 수 없다. 좀 쫄려서 그렇지.


지난 금요일에 펀딩을 오픈하고 사흘이 지난 현재 목표금액의 20%를 달성했는데, 슬슬 걱정이 눈 앞에 뿌옇게 차오른다. (예비)후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끝내주는 기획인데! 정말 괜찮은 책이 될 것 같은데! 혹시 내 머릿속의 착각이었나 싶고, 띵크포의 작업은 충분히 멋지고 사랑스러운데 내가 너무 못 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가슴이 무겁다. 

쫄려서 구글링한 '텀블벅 성공하기'

쫄리는 마음에 인스타그램을 분주히 드나들어본다. 물론 지난 사흘 동안 인스타그램 접속 시간이 이전까지의 합보다 많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열심히 신고 먹인 성매매 계정의 활동 중지 소식이 전부다! 소중한 재능을 쏟아낸 띵크포와 후원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반, 내 주특기인 '도피'를 이쯤에서 발휘하고 싶다는 마음이 반이다. 제발 <도피>가 탄생할 수 있기를. 제발 엉덩이 착 붙이고 현실에 앉아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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