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생각 8 (The thinking of bad)
무게 추
"옆에서 그 사람이 떠드는 신고자에 대한 불만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단속에 매진하지 않았죠. 물론 경찰관 대부분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찰이 되지 못할 것 같아요. 이미 자격도 없고요."
바바꼬 영감은 제리의 얘기를 듣자마자 푸석한 입술이 찢어져라 입을 벌리며 말했다.
"나쁘다. 자네의 생각은 정말 나쁘다네. 뭐가 그렇게 나쁜 줄 아시는가? 몇 년 전의 실수에 대한 자책에 아직도 빠져 있는 것이오. 진정한 경찰의 역할과 자격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만 봐도 충분히 좋은 경찰로 보이는데 자네의 그 역량을 시민을 위해 집중해야 하지 않겠소? 그리고 그날 자네가 단속을 끝까지 했더라도 그가 과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고 어찌 보장하겠는가. 자기반성이 필요한 사람은 저렇게 직업의 역할과 책임은 잊고 이윤만 추구하는 사람이오."
바바꼬 영감은 뚜벅뚜벅 구두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코크샤를 응시하며 말했다. 코크샤의 팔에는 전에 바바꼬 영감 앞에 나타났을 때 같이 있던 여자 대신 서류가방을 끼고 있었다. 코크샤는 바바꼬 영감에게 다가올수록 무언가 못 마땅한 듯 발걸음 소리가 삐딱해졌다. 바바꼬 영감의 시선과 구두소리가 마주치는 곳으로 제리, 망토, 스미스의 시선이 따라갔다. 코크샤를 발견한 스미스가 제리를 불러일으켰다.
"제가 좋지 못 한 타이밍에 온 건가요? 뭐야? 왜 돈 통에 경찰 공무원증이 있지?"
코크샤가 껄렁한 자세로 바바꼬 영감 주변을 이리저리 살폈다. 코크샤는 천칭저울의 빛반사가 번쩍거리며 눈을 가리자 짜증이 났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수사관님 하고도 나눌 얘기가 있어서."
누가 앉으란 말도 하지 않았는데 코크샤는 제리가 일어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신분증이 왜 돈 통에. 아, 혹시 무게를 달아서 돈으로 얼만지 계산해서 받는 건가?"
바바꼬 영감을 향한 코크샤의 말투가 내내 거만하고 건방지고 예의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스미스는 일단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코크샤는 이번 사고를 낸 운전자가 선임한 변호인이었고 피고인을 위해 분명 제리를 물어뜯으려 할 텐데 사고 피해자인 바바꼬 영감과 이렇게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영감님. 자, 여기서 이렇게 구걸하는 거 그만하게 해 드릴게요.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도 다 버리시고."
코크샤는 열려 있는 여행 가방에서 검은색 무게추를 슬쩍 빼들며 말했다.
"제가 뭐 때문에 왔는지는 알고 있죠? 철심도 500개나 넘게 박으셨다며. 얼마 안 남은 노후 편안하게 보내셔야 하는데 아주 큰일이네. "
그는 킁킁거리며 추에 벤 냄새를 맡더니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천칭저울에 던져버렸다. 공무원증이 놓여있던 저울판이 스윽하고 올라가다 반대편 저울판과 같은 높이에서 딱 멈춰 섰다.
"응? 아무리 봐도 추가 훨씬 무거워 보이는데 무게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영감님. 돈 통에 장난질을 좀 하셨나?"
양쪽 저울판의 높이가 완전히 동등했다. 구리 덩어리의 무게 추가 얇은 플라스틱 카드에 불과한 신분증과 무게가 같을 수가 없다. 디케와 제리는 천칭저울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고 동시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블랙홀이 머릿속에서 생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천칭저울의 판단이 담긴 선고문이 그 블랙홀을 통해 빨려 들어왔다. 제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디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자리에서 천칭저울의 판단을 이해한 건 제리와 디케의 접신을 받은 바바꼬 영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