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므므강 Aug 07. 2023

#10-1 번외.

<천장에 서성이다>

이곳은 박쥐가 똑바로 서있는 곳

드높은 하늘 아래 우주를 발밑에 깔고

별을 보고자 고개를 숙여야 하는 곳


너는 하늘 꼭대기에 우뚝 선 나보다

높이 누운 채 떨어 트리는 눈빛의 주인

무지한 인간들의 기도 사이에

슬쩍 흘려보는 간절함이 거북해


그 시야에서 벗어나고자 나를 더욱 드러내본다

결코 지엄한 자리를 탐한 적이 없음을 알아봐 주길


평범하고자

천장에 선 것이 올바른 것일지라도

사람들이 땅바닥에 붙어있는 것이 틀린 것일지라도

모두가 그러하다면 나도 틀린 채 서 있길

그것이 바로 수수함

그들처럼 뒤집힌 채

피가 쏠린 머리를 달고 다니길


홀로 서 있는 이곳에서 나는

평범한 세상에 누워있는 너

눈앞에 두고도 마주할 수 없는

메시아를 향해 걸어오는 너를 맞이하러

나는 오늘도 꼼짝 않는 다리로 천장을 걸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5-1 번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