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희생에 당연한 것은 없다
매주 목요일, 상담 시간이 돌아왔다.
이번 주는 비교적 평온하게 보냈다고 보라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물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돌이킬 수 없다는 후회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엄청난 실망감이 들 때가 있다고도 말씀드렸다.
보라 선생님: 그런 감정이 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나: 그럴 때는 일부러 다른 일을 더 해서 주의를 돌려요. 청소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바빠서 그런 감정에 매몰될 시간이 없도록 해요.
보라 선생님: 전부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까, oo님이 체념하시고 받아들이는 느낌도 들어요. oo님이 지금 하시는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니거든요. 누군가의 가족이라고 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은 없어요. oo님이라도 자기 자신을 챙겨주고 신경 써줘야 해요.
선생님의 '누군가의 가족이라고 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은 없다'는 말씀이 뇌리에 박힌다. 뭔가 큰 깨달음을 을 주면서도 작은 위로가 된다. 지금까지 장녀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아내라는 이유로 얼마나 큰 희생과 포기를 하면서 살아왔는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건 모두가 그렇다지만, 내 선택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강요될 때는 정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이 감정은 단순히 '아 내일 회사 가기 싫다' 이런 것이 아니라, 정말 나는 그 일이 죽도록 싫은데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과 자괴감이랄까.
'나는 여기를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닐 때는 정 안 되겠으면 사표 쓰고 이직이라도 하겠지만, 이건 자영업이라 그럴 수도 없다.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어디론가 도망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죽는다면 달라질까? 아니, 죽음도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없다. 고뇌만 점점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