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곧 5세가 되는 아이를 보낼만한유치원을알아보는데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코로나에,뭐에넋 놓고지내다 보니더위도한 풀 꺾이고 저녁이면 나도 모르게 긴바지를 주섬주섬 꺼내 입게 된다. 어느새 처서,정신 차려보니 올해도 벌써 4개월밖에 안 남았다. 낯가림도 심하고 워낙 엄마 껌딱지라 어린이집이나 잘 다닐 수 있으려나 걱정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다니. 그 사이 아이는 적응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제법친구들이랑 어울리기도 하며 고맙게도 어린이집을 잘 다녀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엄마 나 이제 어린이집 울지 않고 잘 갈 거야!. 쪽쪽이(노리 젖꼭지)는 이제 안 할 거야!"라며 느닷없는 선포를 했다. 요즘 아이가 마침<추피>라는 책에 빠져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들 말하는 추피 지옥(추피 :책 주인공. 추피는 4세~6세 아이들이 하는 행동과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이라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데 읽은 책을 몇 권씩 계속 들고 와서 엄마에게 끊임없이 읽어달라고 요구한다.)을 경험하고 있었는데아이가 책에서 추피가 한 말들을 응용해서 나에게 말했던것이었다. 어찌나 기특한던지" 어머~정말? 그래. 우리 아이 이제다 컸네~! 아우 기특해!!" 라며 아쉽지 않을 만큼칭찬을듬뿍 해줬다. '그래.그래야지. 꼭그래야 한다.' 난 속으로 말했다. 사실 저랬다가도막상 어린이집 문 앞에 가면 안 간다고 버티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저렇게 아이 스스로마음먹고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게어디인가.
추피 그림책
산 넘어 산이라고 이젠 어린이집 적응해서 잘 좀 다닌다 싶었는데 곧 유치원이란 더 큰 기관의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찾다 보니 다행히 동네에 괜찮은 유치원이 꾀나 있었다.각 유치원마다 내세우는 특징들이 있었다. 활동을 중시하기도 하고, 공부와 교육을 중심으로 하거나 체육이나, 미술, 골프 등 다양한 활동을 중시하는 등참으로 다양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차라리 한두 개면 그냥 둘 중 하나를 고르면될 텐데 말이다.
난 나름의 기준을 갖고 그중에나름엄마들이 좋다는 유치원 몇 군대를 추려냈다. 감사하게도 인터넷 카페에 쪽지나, 문의드렸던 어머니들이 너무도 친절하게 답변을주셨다. 다들 보면 나와 같은 마음이다.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첫 유치원, 5세라는 나이, 유치원 선택 이유도다양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오래된 원이고 원장님과 선생님이 좋으셔서 믿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활동이 많은 것이 아이 성향에 딱 맞을 것 같아서, 지인소개로 가게 된 곳, 맞벌이 가정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찍 등원받아주는 곳을 찾다가 등등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모두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고민하고 알아보며, 고르고 결정한것이 느껴졌다.
"띠롱"
쪽지 하나가 왔다. 어제 마침 관심 있는 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기에 문의를 했는데 그분의 답장이 온 것이었다. 워킹맘이신데 일면식도 없는 사이임에도불구하고 너무도 자세히그리고 길게 답을 보내주었다. 키우시는 아이의 특징도, 상황도 나와 비슷한터라 조언을 좀 얻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성스러운 답변은 감사함을 넘어 감동이 느껴졌다.
"... 저도 그랬는데 복불복이란 마음으로 그리고 동네에 유치원이 많기도 해서 '이 유치원 맘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는 마음으로 보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엄마라면 다 그렇듯 새로운 곳에 다시 적응해야 하면 아이가 힘들어할 것이고, 어려움을 느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 역시도 처음부터 우리 아이에게 완벽한 곳, 잘 맞는 곳, 만족스러운 곳, 그런 곳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무척이나컸다. 하지만 나름대로맞다고 판단했던 첫 선택에 실패한다면 그저 다시 좋은 곳을 찾으면 되는것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하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없겠지만 어떻게 인생을 살면서 늘 최선의, 최고의 것만 매 순간 나에게 찾아오고, 내가 그것들을 귀신같이알고고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이도 조금은 힘들겠지만 분명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선택에서 마음이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 한결 편해진다.
'그래, 맞아 일단 괜찮은데 골라서 편한 마음으로 보내보자. 너무아니다 싶음 그때 가서 옮기지 뭐. 그렇게 된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