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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나 Jan 24. 2022

유치원 입학을 앞둔 엄마의 선택

다시 경단녀를 선택한 이유.

아이가 3월이면 곧 유치원에 입학한다. 5세 첫 유치원이다 보니 가기 전에 신경 쓸 것도 많고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일 걱정스러운 건 아이의 기질.  예민하고 낯가림 심하며 낯선 환경에 워낙 취약한 아이라 어린이집 적응도 오래 걸렸는데 규모도 몇 배로 크고 선생님, 아이들도 많은 "유치원"에서 잘 적응해줄지 어찌 엄마로서 걱정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아이는 다닌 지 1년이나 된 어린이집에서 아직까지 말을 잘 안 한다고 한다. 한번 입트이기가 어렵지 터졌다 하면 조잘조잘 말도 많은 아이인데  반 친구를 지나가다 만나도 뭐가 그리 부끄럽고 힘든 건지 그대로 얼음이 돼버린다.


그나마 그동안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다 도와주고 보살펴줬는데 유치원은 더 이상  "보육기간"이 아닌 "교육기간"이라 그런 보살핌도 없다는 사실이 날 염려스럽 했다.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겠지만 5세 첫 유치원이 왜

이렇게 나에게 큰 산처럼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몇 달 전, 옛 직장 동료 소개로 강사일이 들어왔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오래 일하는 것도 아니라 괜찮을 것 같아 시작했다. 단기 알바로 시작했긴 했지만 하다 보니 일하는 시간이 아이 키우며 하기 괜찮을 것 같아 지속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3월에 아이 유치원 입학이 있다는 것이었다. 잠시 다시 새로운 기관에 '적응'이란 것을 해야 함을 잊고 있었다.


마침 얼마 전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일이 더 들어왔다며 현재 하고 있는 곳에서 새 학기부터 시간을 좀 더 추가해서 해줄 수 있냐고 제안이었다.  괜찮은 조건이었다. 이미 적응한 곳이기도 하고 시간연장은 급여도 더 받을 수도 있는데 난 선뜻 제안을 받을 수가 없었다. 아이 하원 시간 때문이었다.

 " 아.. 저도 하면 좋은데 끝나는 시간이 걸려서요. 아이가 곧 유치원 입학이라...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네~선생님. 주말 동안 생각해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싱글이었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인데...'  '이런 게 엄마의 인생이구나. 경단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고작 그 몇 시간 일하는 것도 이렇게 내 맘대로 못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그리곤 좌절감과 함께 우울감함께 밀려왔다.  렇게 난 잠시 우울함이란 파도에 휩쓸렸다.


시간이 흐르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았다. 결정을 해야 했다. 일단 아이 적응이 우선 이었다. 알아보니 유치원은 반일반, 종일반이 있다고 하는데 반일반은 점심 먹고 하원, 종일반은 방과 후 특성화 교육 후 4~5시에 하원이라 한다. 불안도 높고 낯선 환경에 어려움 많은 아이에게 모든 것이 새로운 장소에 5시까지? 아이 걱정도 되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나에게 뭔가 기회가 왔는데 놓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생각했을까.. 아침이 오고

급한 마음에 그동안 아이를 지켜보신 어린이집 원장님께 오전부터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시간이 필요한 친구예요. 한 학기 보시고 천천히 조금씩 적응 시키기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 확인사살이 끝났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마음을 정했다.

아이 적응 잘하고 유치원 생활 잘할 때까지 일단 내려놓자. 일하다 적응 못해 아이 신경 쓰이고 전 전전긍긍한 상황이 와도 서로 힘들어진다.

"그래. 일단 일을 그만두자."

고민 끝에 생각을 결정하고 나니 맘이 한결 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가슴 한구석이 씁쓸했다. 머리론 알면서도 마음이 잘 단념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바보 같이 놓친 것도 같고 몇 푼 안 되는 돈이었지만 그것도  아쉽고,  아이가 잘 적응할 수도 있는데 괜히 걱정만 사서 한탓에  결정을 제대로 안 한 것  아닌가 등 내손을 떠나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그 놓친 것만 바라보니 그저 후회스러운 마음에 애써 눌러놓은 아쉬운 마음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며 다시 소용돌이쳤다.


그래 일단 내가 가진 것을 보자.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이 생겼고 무엇보다 아이를  맘 편히 잘 적응시킬 수 있잖아. 일은 아이 적응시킨 후에 또 시작하면 되지.

 '다시 경단녀... 그래 이문이 닫혔으니 또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리겠지. 열릴 거야!' 

이내 아쉬운 마음을 꾸역꾸역 되잡아 본다.


'그래 멀리 보자. 앞으로 너와 이런 시간도 가질 날도 많지 않을 거고, 아이는 더 커가는데 갖는다 해도 얼마나 많이 가질 수 있겠어. 한 학기 동안 엄마랑 시간 보내며 잘 적응해보자. 알았지? 우리 둘 다 파이팅 하자!'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닫힌문을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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