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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May 30. 2023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

시위에 따라온 아이들 

내 삶에서 이런 날이 올까.. 


20년간 운영했던 곳이 운영정지 사전 통보를 받았다.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집회시위 신고를 했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구청 앞에 섰다.


기자회견과 집회, 집단민원, 그리고 오늘 2시 청문을 앞두고 아침 8시 시위를 한다. 


부모님들이 들고 있는 팻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이 아이들에게 이 일은 어떻게 인식될까?


'꿈꾸지 않으면'을 틀고 구청장이 관심이라도 가지도록 들고 서 있어 본다. 

https://youtu.be/GSJGhgIyqtI


엄마들의 피켓을 아이들은 재밌어 보였는지 같이 든다. 팔이 짧아 가로로 들지 못해 세로로 든다. 

사랑스러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나의 청문이 오후 2시로 잡혔다.


오늘은 아침 8시부터 구청장 출근길 시위에 나섰다. 


그 이른 아침에 엄마들을 따라 시위에 온 아이들 


그 아이들을 위해 경찰은 고맙게도 경찰차 견학도 시켜주신다.  



앵두는 구청 입구에서 혼자 팻말을 들고 섰다. (소문이 났는지 그 많은 구청 직원들이 이 문으로는 많이 오지 않는다)

구청장은 구청직원 단톡에 없나 보다. 구청장이 앵두가 서있는 입구로 온다. 


눈이 마치주고 앵두는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 사안을 눈여겨 봐주십시오, 저기 아이들과 부모님을 봐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구청장은 "(쌩한 못소리로 )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며 속히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입구에 서서 들어오는 모든 직원 들 한분 한분 눈을 맞추고 마음 다해 깊이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간절한 내 마음이 전달되도록)


구청직원들은 '저 사람이 원장이군' 생각했겠지.. 앞으로 어느 과를 가더라도 내 얼굴은 다 공개 된 것이다. 


두렵거나 창피하지 않다. 이 일은 과잉처벌이다.  이렇게까지 처벌할 내용이 절대 아니다. 


나에게 돈을 내면 운영하게 해주겠다고 하는 구청을 향해 '감사합니다. 내 잘못을 덮어 주세요' 라며 애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부당한 것이다.  


천팔백을 내면 해결해 주겠다는 구청의 제안은 내가 거절할 것이다. 

돈도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거절할 것이다. 

나는 이 사안이 적어도 정당하게만 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과 교사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얼굴이 나가는 일, 전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뭐 대수롭겠는가?

9시 직원들이 모두 들어간 시간 앵두는 청문 준비를 하기 위해 먼저 오기로 했다. 데리고 갈 수 있는 애들을 불러 모은다.(시위하면서 응원해주시는분들께 받은 바나나 과자로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유인해 차를 태웠다) 


앵두 : 애들아 ~ 바나나 과자 먹자~~~   


아이들 : 야!! 앵두차에 티브이 있다.  앵두 티브이 틀어줘


앵두: 이 차는 붕~ 운전할 때는 티브이 보면 위험하니까 티브이가 안 켜져     


아이들 : 에이~~ 앵두차 안 좋다. 


앵두: 아니 사실 운전할 때 티브이 안 켜지는 차가 사실 더 좋은 거야.      


아이들 : 어 우리 집 차도 티브이 안 켜지는데,  우리 할머니차도, 이모 차도, 삼촌 차도. 


앵두:와 다들 안전하고 좋은 차를 타시는구나.     


아이들 : 우리 할어버지 차에는 티브이가 아예 없어 (티브이 없는 차 자랑에 모두가 떠들썩해졌다)


앵두: 그 할아버지 차는 진짜 더 안전하겠다. 

      

아이들 : (한참 지나고) 앵두 차 멈췄을 때 티브이 켜봐 ( 티브이 포기가 안 되는 아이들 ^^)


앵두: 알았어~  (신호를 받아 DMB 켜자. 소리만 나고 화면에는 안전을 위해 영상은 나오지 않는다는 안내가 뜬다)  어머!!  신호 받을 때도 안 켜지네 이거 보다가 신호 바뀌는 거 못 볼 수 있으니깐 신호 받을 때도 안 켜지나 보다 


아이들 : 에이~~ (실망한다) 


앵두 : (화제를 돌려보자) 자 누구누구 탔어 이름하고 몇 살인지 말해봐. 


아이들 : (각자 이름과 나이를 말한다.) 


앵두 : 그럼 여섯 살 몇 명이지?  일곱 살은? 다섯 살은? (없는 줄 알고 묻자)


아이들 : 다섯 살은 없어


앵두 : 내가 다섯 살이야 스물다섯 살 그러니깐 다섯 살이지


아이들 : 앵두 아기네.. 


앵두 :음.. 내가 좀 아기지... ^^      


아이들 : (다시 아우성치며 아까 티브이 안 나오는 차가 더 좋은 차라고 했던 것을 금세 잊고) 에이 앵두차 티브이도 안 나오고 안 좋다.  (시시각각 바뀌는 아이들 마음 ^^)  그럼 에어컨 틀어줘~ (이 말을 번역하면 ' 티브이도 안 나오는 차가 덥기까지 하네. 그러니깐 에어컨이나 틀어줘 봐'이런 말투였다.)


앵두: 그래. 자 ~~ 시원한 바람 나와라!!!!  (에어컨을 켰다)   


아이들 : (워셔액냄새 같은 것이 난다. ) 아우 앵두차 냄새한다. 아우~~


앵두 : 미안 어제 워셔액 넣다가 많이 쏟았더니.. 그 냄새인가 보다. (거의 다 왔다.  철길 있던 자리를  넘으며)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진짜 진짜 시원하고 깨끗한 진짜 바람을 줄게 (하면서 창문을 내린다.)     


아이들 : (다시 환호하며)와~~ 시원하다.~~~ 


앵두의 후진차를 타고도 시원한 바람 한방에 금세 기분 좋아지는 아이들! 

이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희수에 도착했다.

오늘도 우리 천사들과 신나는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다.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꼭 희수자연학교가 아니라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희수에서 희수아이들과 희수부모님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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