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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Jun 10. 2023

가만히 뒀더라면..

기다리는 교육

엄마 오리가 아기들을 데리고 내를 찾아간다.

횡단보도를 건넌 것 마냥 도로를 가로질러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들이 달려간다.  


도로 끝에 다다르자 인도로 올라가는  방지턱이 높아 아기 오리들이 갈 수가 없자  잠시 자동차 아래에 몸을 숨긴다.

작전회의를 하듯 엄마 오리와 아이 오리는 바퀴 아래 옹기종기 모였다.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가 길을 건너는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사람들이  모이자 엄마 오리는 놀랐는지  날개를 펴고 급히 날아오른다.


놀란 엄마 오리가 아기 오리들을 두고 멀리 갈 수 없었기에 간신히 차 한 대 거리에 다시 내려앉는다.

내려앉은 엄마 오리는 목소리 높여 아이들을 부른다.


갑자기 엄마를 잃은 아기오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엄마 쪽으로 한 마리 두 마리 모이기 시작한다.


인도로 올라가는 방지턱이 힘들 것 같던 아기 오리들인데 어디서 힘이 났는지  황급히 울타리 숲을 헤치고 하수관까지 넘어 엄마에게로 달려간다.

그런데 두 마리는 엄마와 너무 멀리 떨어졌다. 금방이라도 고양이가 낚아챌까 안타까워 어떻게 해서든 엄마에게  보내주려고 급한 마음에 달려갔더니 나를  보고 아기 오리들을 더 놀란 나머지 엄마가 있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아파트 아래 구석진 곳까지 가고 말았다.



도움을 주려했지만 아기 오리들에게 나는 고양이보다 더 무서운 천적이었다. 내가 오히려 방해를 한 것이다.


엄마 오리가 차 아래 몸을 숨길 때 관심을 두지 말 것을,

아기 오리들이 길을 잃은 것 같아도, 가만히 뒀으면 엄마가 아기들을 부르고 아기들도 엄마를 불러 서로 더 빨리 만났을 것을,

인간의 생각으로 돕는다는 것이 오히려 자연의 이치를 더 방해한 것 같다.


가만히 뒀더라면..



얼마 전 우편함에 새가 둥지를 짓는 것을 보았다.

우체부가 편지를 넣는 순간 새 둥지는 망가질 것 같다.

걱정되어 안내문을 붙였다.

‘새가 알을 낳았어요. 우편물 넣지 말아 주세요’

친절하게 붙여주고 새 집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 며칠 관찰해 보았다.

멀리서만 그저 봐야 하는데 새집 진도가 궁금한 나는 하루에 두어 번 우편함을 열어보았다.

멀리서 나뭇가지를 물고 오던 새는 내가 자꾸 살피는 것이 두려웠나 보다.

새는 사람의 손이 타는 그곳을 포기했다.



새집은 진도가 더 이상 나가지도 않았고 새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뒀더라면..




내가 아무리 돕는다고 애써보아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거나 과도한 관심은 오히려 성장의 방해가 된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으면서 힘을 기른다. 가만히 지켜보는 그것이 아이의 독립을 더 돕는 것이다.  


가만히 두자.  

손을 거두고

찬찬히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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