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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자원'이 아니라
첫 번째 '부족'이다

세스 고딘에게 배우는 내부 브랜딩

by 디퍼블릭

직원은 '자원'이 아니라 첫 번째 '부족'이다

많은 기업이 브랜딩을 고객을 향한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자주 눈에 띄는 로고와 슬로건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이 브랜딩의 전부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Seth Godin)의 철학을 빌리자면,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고객, 즉 '내부 직원'을 놓치고 있습니다.

진정한 브랜딩은 밖으로 외치기 전에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의 핵심입니다. 세스 고딘의 통찰력을 통해, 왜 내부 브랜딩이 단순한 HR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회사는 '조직'이 아닌, 첫 번째 '부족(Tribe)'이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트라이브 (Tribes)》에서 공통의 신념과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집단, 즉 '부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부족은 리더를 필요로 하며, 구성원 간의 연결을 갈망합니다.

이 관점에서 회사는 단순한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회사는 그 브랜드의 미션과 스토리를 믿는 '첫 번째 부족'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이라는 외부 부족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부 부족(직원)을 방치합니다. 만약 내부 직원들조차 우리 브랜드의 스토리를 믿지 않고, 우리 제품을 열성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며,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외부 고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내부 브랜딩은 바로 이 첫 번째 부족에게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신념을 심어주는 과정입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미션을 자신의 신념처럼 받아들일 때, 그들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이자 리더가 됩니다.


2.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합니다 (People Like Us Do Things Like This)"

세스 고딘은 《마케팅이다 (This Is Marketing)》에서 문화를 정의하는 가장 강력한 문장으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합니다"를 꼽습니다. 이것은 규칙이나 매뉴얼보다 강력한 행동 강령입니다.

실패한 내부 브랜딩은 두꺼운 '행동 강령집'이나 벽에 걸린 '급훈' 같은 슬로건에 의존합니다. "고객에게 친절하라", "혁신하라" 같은 공허한 구호는 직원들의 행동을 바꾸지 못합니다.

성공적인 내부 브랜딩은 이 문장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이름] 사람들은 품질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동료가 어려울 때 절대 외면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족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퇴근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이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가 되어서는 안 되며, '헌신'과 '열정'의 상징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정체성이 확립될 때, 직원들은 '지시'받아서가 아니라 '우리 부족은 원래 그렇게 하니까'라는 신념으로 행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내부에서 살아 숨 쉬게 되는 순간입니다.


3. 직원은 '톱니바퀴'가 아닌 '린치핀(Linchpin)'이다

과거 산업 시대의 공장은 규격화된 '톱니바퀴(cog)'를 원했습니다. 매뉴얼대로만 움직이고, 시키는 일만 정확히 해내는 직원이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세스 고딘은 《린치핀 (Linchpin)》에서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즉 '린치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린치핀은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정서적 노동(emotional labor)''예술(art)'을 쏟아붓는 사람입니다. 즉, 매뉴얼에 없는 창의성, 공감 능력, 그리고 열정을 발휘하여 고객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핵심 인재입니다.

내부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을 통제 가능한 톱니바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가 린치핀이 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단순한 '인적 자원'으로 취급하고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직원들은 정확히 그만큼의 '자원' 역할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을 브랜드 경험을 창조하는 '아티스트(린치핀)'로 대우하고, 그들에게 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시킨다면, 그들은 고객이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예술'을 선보일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바리스타가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경험을 선물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4. '퍼플 카우(Purple Cow)'는 밖이 아닌 안에 먼저 있어야 한다

《보랏빛 소가 온다 (Purple Cow)》에서 고딘은 "모든 것이 평범한 갈색 소들만 가득한 세상에서, 오직 '보랏빛 소'만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회자된다"라고 말합니다. 즉, '리마커블(remarkable)'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우리 제품이 '퍼플 카우'라고 광고합니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이 경험하는 사내 문화, 복지, 비전,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 그저 그런 '갈색 소'라면 어떨까요?


직원 경험(EX)이 리마커블하지 않은데, 고객 경험(CX)이 리마커블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 대해 열광적으로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면(즉, 내부적인 퍼플 카우가 없다면), 그들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에너지 역시 평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내부 브랜딩은 우리 회사를 직원들에게 먼저 '보랏빛 소'로 만드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먼저 "우리 회사는 정말 대단해!"라고 자부심을 느끼고 주변에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외부 고객에게 흘러넘쳐 가장 진정성 있는 마케팅이 됩니다.


결론: 내부 브랜딩은 '관리'가 아니라 '신념의 전파'이다

세스 고딘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마케팅은 속임수나 광고가 아니라, 우리가 믿는 가치와 스토리를 나누는 관대하고 진정성 있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 마케팅은 반드시 내부에서, 우리의 첫 번째 부족인 직원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브랜드 슬로건을 '암기'시키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그들이 브랜드 스토리를 '믿게' 만드십시오. 그들을 '관리'하려 하지 말고, 그들이 '린치핀'이 될 수 있도록 '리드'하십시오. 내부 브랜딩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투자입니다. 당신의 '부족'이 먼저 신념으로 무장할 때, 브랜드는 비로소 무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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