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모아 소녀에게' 독도리나 야외 연주회
어떤 사건들은 상징물이 공동체의 기억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매개가 되곤 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의 '노란 리본'이나 2016년~2017년의 촛불 집회의 '촛불', 지난 국회의사당 앞 탄핵 집회의 '응원봉'처럼.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광복절은 어떤 상징물로 우리의 기억을 선명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라를 되찾은 환희에 흔들었을 태극기를 떠올리며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떤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상기하기도 한다.
소녀상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인권을 짓밟힌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아직 끝나지 않은 사죄와 책임의 문제를 압축한 기억의 표지판이다. 1992년에 시작해 2011년 12월,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000번째 수요집회를 기념해 처음 세워졌고, 그 이후 전국과 해외로 퍼졌다. 현재 국내에는 80개 이상, 해외까지 합치면 15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이어진 평화집회는 동일한 주제로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세계 최장 평화집회다.
이런 아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소녀상 옆에서 우리 아이들의 희망찬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면 80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물음에 기초해 기획된 공연이 있다.
다가오는 8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두 손 모아 소녀에게'라는 이름으로 독도리나 야외 연주회(한국식 오카리나협회 주관)가 열린다. 장소는 일산 호수공원 문화광장(미관광장) 평화의 소녀상 앞이며 연주 시각은 8월 15일을 기념하여 오전 8시 15분에 시작한다. 5년 전 종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경복궁 버스킹에서 이루어졌던 독도리나와 소녀상의 첫 만남 이후 5년 만에 이루어지는 두 번째 만남이다.
한국식 오카리나를 배우는 초등학생 및 초중고교 교사들이 함께 연주하는 독도리나는 '독도+리나'의 합성어로 '독도를 노래하는 작은 오카리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독도 사랑을 노래하던 악기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도 울린다니, 작은 몸으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문화 상징물이라 칭할 만하다.
독도리나 개발자이자 연주자로 이번 연주회를 기획, 진행하는 한국식 오카리나협회 김준모 대표는 "전국에 있는 소녀상을 찾아 다니며 공연할 계획"이라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할머니들의 고통을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낀다면 누구나 좀 더 알려고 할 것이 아니냐"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인 경기 꿈의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던 김대표는, "앞으로도 독립운동 관련 단체 및 관련 인물 동상에서 버스킹 연주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제대로 된 역사를 체감하고 신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거주지 근교에서 실시되는 광복절 기념 무료 공연이나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는 것도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세일 것이다. 8월 15일 고요한 아침,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서 널리 울려 퍼질 독도리나의 평화의 소리가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 이 글은 오늘 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함께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