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하려면
올해 <모두의 한국어>를 알게 되었을 때,
"그래, 역시 한국이야, 이렇게 가이드를 주고 한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미처 이에 대해 몰랐던 것이 안타까웠고 이 사이트를 십분 활용해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의 한국어>는 다문화학생 한국어 교육 지원 서비스이다. 온라인 서비스인 이 교육 지원 서비스는 교사와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될 서비스로 보였다.
하지만 홍보는 부족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방과 후 한국어 교사를 하다가 내가 직접 찾아낸 곳이었다. 게다가 이 사이트에 한국어 교사로 등록을 하려면 해당 학교 교사의 도움을 받거나 채용된 후 학교와의 계약서가 있어야 했다. 이렇게 등록이 쉽지 않은 데다가 중도 입국 학생들 회원 가입도 쉽지 않았다. 학부모 동의서가 필요하고, 컴퓨터가 없는 학생, 아직 컴퓨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린 학생들도 있다 보니 컴퓨터 교육도 필요했다.
기준을 만들고 시스템을 어느 정도 구축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이다. 적어도 학교는 이에 대해 알고 있었어야 하며, 한국어 학급 담당 교사는 한국어 교사에게 이를 안내하고 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등록을 시켜주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순전히 임시계약직 한국어 교사의 인지 유무에 따라 이 사이트의 활용 여부가 갈리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깝다.
English Learner Tool Kit (OELA) (ed.gov)
위의 링크에서 볼 수 있는 영어 학습자를 위한 툴 킷은 미국 교육부에서 만들어 놓은 영어 학습자 교육을 위한 가이드이다. 이 가이드에서 학교가 영어 학습자의 수준을 어떻게 판별하고, 교육하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그 지침을 보여주고 있다.
영어를 못하는 학생이 학교에 전학 왔을 때, 먼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부분의 테스트를 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인지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 학생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테스트 결과를 학부모와 공유한 후 어떤 옵션으로 EL 프로그램을 받게 되는지 정한다.
예컨대 위의 표를 보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의 영어 학습자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Dual language Immersion school 등의 특별한 학교가 아니라면, 영어만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학교는 ESL이나 ELD 프로그램과 SEI(Structured English Immersion) 프로그램, 혹은 이 프로그램들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듯하다. 실제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가자 마자 레벨 테스트를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따로 영어 수업을 받든 지, 수업 내에서 도움을 받든 지 했다. 그리고 ELL 선생님이 이제 더 이상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을 때 혼자 수업에 들어가고, 혼자 숙제를 했었다.
가이드에는 이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해서는 특별 훈련된 교사가 필요하다고 언급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단계별 수업이 가능하려면 학교에 상주하면서 최소 2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면서 발달 과정을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테스트를 보고 학생의 수준을 정하고, 일정 기간 이후 다시 테스트해 새로운 레벨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코스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훈련된 교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교육청에 학생 등록을 하러 가면, 각 언어별로 소통이 가능한 통번역 직원들이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아이들의 학교 등록을 도와주고, 처음 등록 관련해 필요할 때는 연락을 취해 알려주었다. 교육청을 거쳐 학교로 등록을 하러 가면 그때 학교에서는 바로 테스트 날짜를 정했다. 이렇게 테스트를 받고 나면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영어 레벨이 결정되고, 수업에 들어갈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레벨에 따른 단계별 영어 수업을 받게 된다. 이 결과는 ELL 교사가 학부모에게 공유했으며, 소통이 안될 때에는 통번역 직원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가이드에 적혀있다. 따라서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공조해 학생을 도와준다. 학부모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 ELL 교사를 만나서 상담이 가능했고, 같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 학교 한국어 교실의 현실은 '각양각색'인 것 같다.
실력 차이가 많은 아이들도 한 교실에서 배우기도 하고, 혹은 단계별로 학생들을 나누어 다른 시간에 배우기도 하고, 혹은 어떤 학교는 한국어 교사가 정규 수업에 들어가 학생을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아예 이중 언어 강사를 채용해 가르치기도 한다.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한국어 교사를 제공해 '우리는 학생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켜주고 있다'는 데에 안주하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일 년 120시간, 하루 몇 시간 한국어 수업 제공으로 영어보다 훨씬 어려운 언어인 한국어가 빨리 늘 수 있을까?
이제는 KLL 교육의 전체적인 틀을 수립해서 일관성 있게 한국어 교실을 운영해 나가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떻게 인력을 운용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