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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27. 2022

왜 다른 사람과 섹스를 꿈꿀까 2

행복한데 왜 바람을 피울까


“사람들은 왜 바람을 피울까?” 내가 지난 20년 동안 웨딩 일을 하며 끊임없이 지금도 듣는 질문이다.

내가 하면 낭만적인 사랑, 상대가 하면 ‘배신'이라는 치료가 필요한 증상. 수많은 관계가 결핍을 보상하기 위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또는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불안정 애착이나 갈등과 회피, 오래 이어진 섹스 없는 생활, 외로움, 아니면 그저 몇 년이나 같은 다툼을 반복했기 때문에 등,

많은 사람이 결혼 생활의 문제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 이런 문제들이 바람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너무 많은 지면에서 충분히 보고 들었다.


                                                •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크리스마스가 끝난 연말 즈음 우리 부부를 찾아왔다.

“아 진짜 어떡하죠… 유진이가 알게 됐어요…”

“자세하게 이야기해봐요. 무슨 문제인지?”

“크리스마스에 유진이에게 프러포즈를 했어요. 멋진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와인도 찐하게 마시고, 제가 먼저 씻고 있는데 제 전화기로 카톡이 왔나 봐요.. 근데 그걸 유진이가 본 거예요.. 흐…”

“누구한테 카톡이 왔는데요?”

“크리스마스 전날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잠자리를 했어요.”

“뭐?!!!, 프러포즈 전날? 하…”

“어떻게 시간이 그렇게 되어서… 그동안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서로 주고받은 문자를 다 본 거예요… 유진이가…”

“유진이와 문제가 있으면 이 결혼하지 말아야지! "

“근데 우리는 심각한 문제가 없는데요… 유진이도 저도 서로 사랑하고요."

“아니 ,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단 말이야? 혹시 잠자리에서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섹스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오히려 정말 잘 맞아요.”

“근데 왜?"


                                                   •   


그는 바람피우는 것을 여자 친구에게 들켜, 파혼까지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사귄 지 6개월, 사기는 동안에도 다른 여자와 만났다고 했다. 그것도 채팅에서 만난 여자들, 사내에서 만난 여자들, 여사친들과의 잠자리 등등..

지금 여자 친구와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 음…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결혼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데도 불륜을 저지를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서로의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이건 개인문제일까?


                                                  •


심리상담사를 공부할 때, 임상문헌들에서 바람피운 사람의 유형을 분류한 내용들이 있었다.

애착장애가 있거나,

우울감을 섹스로 풀거나,

나르시시즘,

반사회적 태도의 증세가 나타나거나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었지만, 여러 경험과 진단을 거치면서 보편적 견해처럼 모든 외도가 관계나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증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전까지 나는 관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생활에도 문제가 있으며, 그러므로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면 섹스도 좋아질 거라는 이야기를 늘 들었다.

관계가 친밀하면 자연히 서로에게 충실해진다는 주장이 있다.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이해받고, 인정받고, 존경받고,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왜 집 밖을 떠돌겠는가? 이 관점에서 보면 외도는 사실상 결핍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식 접근법으로 정말 사랑의 한계와 복잡성을 무력화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방랑벽을 예방할 완벽한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고, “저는 제 아내를/남편을 사랑해요, 우리는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함께할 때 행복해요, 하지만 전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라고 힘주어 말하는 사람도 없어야 하지 않는가?



[리퀴드 러브-사랑하지 않을 권리] 지그문트 바우만 심리학박사는 그들을(지금 행복하지만 바람피우는 사람) 이렇게 진단했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발견의 한 형태이자 새로운(또는 잃어버린) 정체성의 추구라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외도를 문제의 증상이 아니라 성장과 탐구, 변화를 수반하는 경험의 확장으로 묘사한다고 하는데……


                                                 •


“경험의 확장?! 자기 발견이라고? 웃기는 소리 하네! 그래, 양수리 모텔에서 놀아난다는 표현보다는 고상하네. 하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싶어도 바람은 바람이야!

잔인하고 , 이기적이고, 부정직하고, 폭력적인 행동이라고!” 실제로 이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었다.

하지만 바람피운 사람에게 외도는 어떤 의미였을까?

행복한데 왜 바람을 피울까? 행복이 뭔지 모르는거 아니야!

정말 경험의 확장, 잃어버린 정체성의 추구라면…

자신 변화의 경험을 꼭 섹스에서 찾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왜 외도가 발생했고 외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모든 커플에게 매우 중요한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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