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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07. 2022

섹스 선생 : 포르노

좋은 포르노가 존재할까?


포르노물은 성생활의 적군 같을 때가 많다. 성적 욕구를 현실 속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채우는 대신에  온라인의 포르노 영상으로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웨딩업을 20년 함께 한 나의 불알친구인 이실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고민을 나에게 쏟아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또 왜? 남편이 야한 속옷 좀 사래?”

“아니 그건 아니고, 며칠 전에 나 행사 있던 날 너무 피곤해서 내가 먼저 잠들었는데, 옆 방에서 그이가 포르노를 보면서! 혼자! 아으!! 진짜!!!”

“왜?! 포르노 보면 안 되는 거야? 볼 수도 있지! 우리도 본 적 있잖아!”

“그게 다르지, 내가 한 집에 같이 있는데 , 어떻게 다른 사람과, 아니 다른 여자를 보면서, 여하튼 나를 두고!!!"

상대방에게는 이것이 이기적이고 자신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포르노를 즐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행위인 것 같다.

삶이란 늘 버거운 무게로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고, 타인과의 인간관계도 어렵고, 일은 보람도 없이 따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가족과는 사사건건 부딪히고, 부드럽고 솔직한 태도로 대화하려고 애써도 마음대로 안 되기 일쑤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울하거나 의기소침할 때 항문을 애무하는 레즈비언이나 서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섹시한 근육질 남성 커플이 나오는 동영상의 강렬한 자극과 쾌감에 이끌릴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시각적인 성적 자극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란물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도 두뇌는 시각 자극에 잘 반응했고, 요즘은 기술 발전 덕분에 가장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미처 준비도 안 되었는데 엄청난 수준의 유혹이 쏟아지는 이런 강렬한 자극에 이끌리는 자신이나 상대방을 관대한 태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40대인 나에게 포르노는 어떤 의미였을까?

포르노는 내가 섹스에 대해 아직 제대로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 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중요한 질문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특정한 상황, 행위, 파트너 유형 등)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가? ‘

‘나에게 이상적인 모습의 성생활은 어떤 것인가?’

‘나는 파트너에게서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파트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물론 안타깝게도 대개 포르노는 그런 질문에 정확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내가 포르노에 끌리는 것이 단순히 순간적인 쾌감 욕구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마은 깊은 곳에서 나는 정서적 학습과 도움을 얻을 중요한 통로를 갈망하고 있는 것 아닐까?


여성을 물건 취급하거나, 추잡한 행위를 부추기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치를 심어준다고 포르노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낼 때, 어찌 보면 그것은 포르노를 우회적으로 칭찬하는 것과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포르노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때로는 아주 잘못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에는 ‘포르노는 아주 훌륭한 선생은 아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선생’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므로 유해성과 단점 때문에 포르노를 비난만 하기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포르노에서 섹스에 대해 배운다. 따라서 섹스를 더욱 제대로 알게 도와주는 포르노를 만드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좋은 포르노라는 말 자체가 모순으로 들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포르노라고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먹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쁜 식습관을 가진 누군가가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우리는 그 사람 아예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대신 식단을 바꾸라고 말한다. 일부 음식이 몸에 나쁘다고 해서 먹는 행위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않고, 좋은 음식을 더욱 쉽게 접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포르노를 지구상에서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좋은 포르노를 접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좋은 포르노란 자극이 훨씬 강한 포르노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더욱 나은 영향을 미치고, 삶의 다른 영역과 더욱 조화롭게 공존하게 하는 측면에서 ‘좋은’ 포르노라는 의미다.


인터넷 시대인 요즘 나쁜 포르노가 일으킬 수 있는 끔찍한 악영향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성적 콘테츠를 향한 사람들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수요가 엄청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성적 욕구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에 비해  포르노의 생산. 관리에 투입하는 재능과 지혜, 지력, 성숙한 태도, 미학적 상상력이 상대적으로 너무 미미하다는 점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나쁜 포르노를 우려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것은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좋은 포르노는 인간이 강한 성적 욕망을 가진 동시에 높은 수준의 이성적 사고력도 가진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을 더욱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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