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비가 몹시도 많이 왔다.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내리는 비를 막아주지 못하고 똑 똑 똑 조금씩 빗물은 집 안으로 들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 방울 두 방울 들어온 물이 베란다에 조그만 연못처럼 자리를 마련했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비가 그친 시점이었다. 카메라 뒷면에 후레시를 켜고 벽면을 살피니 갈라진 벽면 페인트 틈 사이로 물이 고여있는 것이 보였다.
서둘러 바닥에 놓인 것들을 밖으로 빼내다 물이 샌 곳이 한 곳이 아님을 발견했다. 낡은 아파트는 할머니 주름처럼 여기저기 크랙이 생겼고 그 틈새로 물이 비집고 들어와 여기저기 물 웅덩이들을 나타냈다. 7년 전 외벽 보수공사를 했었음에도 눈과 비를 맞은 세월에 얼마가지 않아 재공사가 필요해 보였다.
베란다 창가 밑으로 놓였던 선반이 있던 자리는 지난 3월 곰팡이 제거를 끝내고 정리정돈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정리되어 있던 베란다가 창고처럼 쓰다보니 진짜 창고처럼 변했다. 누수 확인을 위해 선반을 반대편으로 치우며 누가 낙서라도 한 것 같은 곰팡이의 흔적은 충격이었다. 더불어 썩어버린 구황작물과 정리의 흔적이 사라진 베란다를 보니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오히려 좋아!
이 말이 나옴과 동시에 베라단 정리에 착수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분명 올해 3월에 곰팡이 청소를 끝내고 깨끗했었던 베란다였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베란다 크랙으로 결로현상이 더 심해져서 곰팡이가 심하게 난 것 같다. 그리하여 선반의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곰팡이가 많이 생길 수 있는 위치에 선반을 놓다보니 곰팡이가 생기는지도 모르게 짐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선반을 반대편으로 치워서 결로가 생길 수 없도록 환기를 해주고 물건을 두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베란다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바뀐 선반의 위치는 만족스러웠다. 문을 열었을 때 창 아래로 시원하게 빈 공간이 있기에 보기에 좋았을 뿐더러 곰팡이 관리도 잘 될 것이 확실했다.
문제가 닥치면 화가나고 짜증이 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여전히 다가오는 문제는 머리를 울리는 힘든 일일테지만 오히려 그 때 새로운 방법으로 더 나은 방향을 찾을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삶의 질은 개선될 것이다. 방법이 효과적이라면 실질적인 방법에서 통할 것이고, 적어도 심신의 안정을 찾는데 마법의 주문같은 '오히려 좋아'를 외쳐보는 것은 심리적 안정과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을까. 오늘도 나에게 닥쳐온 위기에 외쳐본다.
'오히려 좋아'
(진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