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다시 한 번
대차게 관뒀던 첫 직장에서의 5년 6개월 이후, 잠깐 3개월 누려보았던 감투를 제외하고 다시 한 번 '직책'을 갖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직이 처음도 아닌데, 왠지 이번만큼은 오래 해낼 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과 기대가 왠지 모르게 든다.
물론 이 마음조차 두어달 뒤면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직장을 관두고 꽉채운 2년여간의 공백기. '차라리 제대로 쉬었더라면, 차라리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은 늘 공존하지만, 먼 훗날 내가 50대가 되고 '나'로써 섰을때 결코 후회는 없으리라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다음 직장은 꼭 '대기업' 내지는 '인하우스의 적어도 과장', '큰 곳'만을 생각했었다. 심지어 이 회사로 나의 소속됨이 정해지기 전까지 실제로 S전자, S바이오, L사 까지 쟁쟁한 대기업들의 연락이 많았다. 대부분 사기업 경력이 너무 적다는 염려로 반려되긴 했지만, 가장 굵직한 회사들은 흐지부지 나를 그들의 인맥풀에 넣어 두기만 한 듯하다. 그렇게 대기업의 연락을 기다리던 찰나 지금의 회사와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보다 앞서 결혼이라는 큰 변화가 먼저 있었다. 자판과 잠시 멀어진 동안 급작스럽게 새로운 인연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났고 내가 한 번도 꿈꾸지도 생각치도 못했던 빠른 속도로 결혼이 결정되었다. 학생때는 절대 믿을 수 없었던 '짧은 연애'와 '빠른 결혼'. 아직도 얼떨떨하고 누군가 나에게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세례라도 줘야될 것 같은 느낌이다. 시작. 새로운 시작. 참 낯 설다.
'시작'도 '재시작'도 무엇 하나 덜 가벼운 것이 없다. 둘 다 떨리고, 낯설고, 적당한 텐션과 함께 기대감이 함께 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불과 1년 전 마음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내 정신부터 다잡고 나부터 평온함을 찾는것 그거 딱 하나가 목표였던 나에게 이렇게 가슴 떨리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이 메말랐던 내 인생이라는 토양을 적셔주는 물길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