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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calypse

Cigarettes After Sex

by 평일

침침한 흑백영화 같은 우립니다.


우린 낮보단 밤에, 밤보다는 어스름한 새벽에 통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태양이 오늘 하루 자신을 다 태우고, 사그라들 때 즈음이면

그 사람은 빼꼼 고개를 내민 달처럼 나를 찾아오죠.

밥을 먹고, 오늘은 어떤 날이었는지 툭툭 털어놓고요,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놓고 소파에 앉아 멍을 때려요.

사랑을 마치고 나면 담배를 꺼내 물었고요, 그 끝 맛은 항상 씁쓸한 공허의 맛이 나죠.


침대에 모로 누워, 불도 안 켜고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내 물음에, 그 사람 대답이 2분 뒤쯤 돌아올 때면 잠에 들어요.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테이블엔 식은 커피 한 잔이 놓여있어요.

집착과 광기, 모두 좋아하는 감정이지만 별 수 없는걸요.

달은 아침이 되면 져야 되고, 잡힐 듯 언제나 잡히지 않으니까요.


어디서 누군가를 환하게 비추고 있을지 모를 일이죠.

그 사람은 나에게 달 같은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겐 태양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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