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철학생활(3) 무장은 하고 싸우자

철학과 새내기와 철학 입문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졸업생의 철학 소개글

by 서희미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할 때 종종 ‘장비빨’, 게임에서는 소위 ‘템빨’을 체감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좋은 장비가 있다고 해서, 예를 들어 일명 대포렌즈라 불리는 거대한 흰색 망원렌즈가 있다고 해서 내가 꼭 사진을 잘 찍는다는 보장은 없다. 게임의 경우에도 좋은 아이템을 장착했다고 해서 갑자기 내 게임 실력이 최상위 레벨의 실력자들만큼 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싸고 좋은 렌즈가 있으면 없는 것보다야 멋진 사진을 찍을 확률이 올라갈 것이고,

마찬가지로 내 게임 캐릭터가 뭔가 보조 기능이 많은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다면 게임에서 이득을 볼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전장에 나간다면 갑옷도 입고 창도 들고 방패도 들고 말도 타고 하지 않겠는가.

기왕이면 말은 잽싸고 잘 달리는 녀석을, 갑옷 무기 이런 건 최대한 튼튼한 것을 골라야 잘 싸울 수 있고 살아남을 가능성도 커진다.


맨몸으로 전장에 나가는 정신 나간 병사는 없다. 무장을 하고 싸워야 한다.

철학과에 들어와서 과제라는 적을 만난 당신을 위해 과제를 무찌르는 든든한 갑옷과 무기가 되어 줄 사이트들을 소개하겠다. 물론 이 사이트들에서 구한 양질의 자료가 있다고 해서 갑자기 내 리포트가 석사논문 수준이 되지는 않는다. 적절한 자료를 찾고 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철학 관련 과제를 할 때 그리고 나중에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도 아래 사이트들은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s2.png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snu.ac.kr)


내가 안 알려줘도 전공자들에겐 이미 유명한 사이트.

철학문헌정보에 들어가면 알짜배기 학술지 또는 단행본을 pdf로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다.



s3.png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SEP)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논문에도 자주 인용되는 매우 권위 있는 온라인 철학 백과사전.

여기도 너무 유명해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s4.png

인터넷 철학 백과사전(IEP)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 An encyclopedia of philosophy articles written by professional philosophers. (utm.edu)


메인 페이지에 “피어리뷰를 거친(A Peer-Reviewed) 아카데믹 리소스” 라는 구절이 보인다.

피어리뷰란 말 그대로 학계의 동료들(peer)이 자기 전공 분야의 자료나 문건을 검증하는(review) 것으로, 어떤 논문이나 자료가 피어리뷰를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성이 있다는 뜻이다. 근데 IEP는 SEP만큼 자주 인용되진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자료의 공신력에는 문제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SEP보다 조금 더 읽기 쉽다고 느꼈다.



s1.png

필로소피 토크(Philosophy Talk)

https://www.philosophytalk.org/


스탠포드 도서관에서 어떤 사이트인지 잘 소개해 놨길래 긁어 왔다.

Philosophy Talk is a talk radio program founded by Stanford professors John Perry and Ken Taylor (1954-2019) that challenges listeners to question their assumptions and to think about things in new ways. The hosts' down-to-earth and no-nonsense approach brings the richness of philosophic thought to everyday subjects. Topics are lofty (Truth, Beauty, Justice), arresting (Terrorism, Intelligent Design, Climate Change) and engaging (Baseball, Love, Happiness). Philosophy Talk is produced by KALW in San Francisco on behalf of Stanford University, as part of its Humanities Outreach Initiative.

출처: Philosophy Talk | Stanford Libraries


사실 이 사이트는 전에 리서치하다 유튜브를 보고 알게 됐다. 역시나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기획 및 운영하는 거니까 공신력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여기 콘텐츠들은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철학에 대해 찔끔찔끔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목적으로 기획된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논문에 인용할 목적이라기보단 그냥 좀 편하게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철학도가 아니더라도 심심할 때 유튜브에 있는 영상들 하나씩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유튜브 주소: Philosophy Talk - YouTube



s6.png

JSTOR(Journal Storage)

JSTOR Home


논문 쓰면서 내가 찾는 자료가 많아 엄청 들락날락했던 학술지 사이트. 구글 계정으로 가입하면 하루에 100개까지였나 학술지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단, pdf 다운로드 안 된다. 무조건 사이트 내 뷰어로 봐야 하고 인용하고 싶은 구절 있으면 직접 타자로 쳐야 한다. ㅋㅋ 유료 구독 서비스도 있는데 그거 신청하면 pdf 다운로드 가능하다.


s5.png

구글 스콜라(Google Scholar)

Google 학술 검색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논문을 써 보면 남의 말을 끝도 없이 인용해야 한다. 사실상 내가 내 말을 하는 건지 남의 말을 적절히 편집해서 받아쓰기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논문은 선택, 편집, 재배열의 독창성이 중요한 것이다!) 공부할 때 항상 이걸 명심하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누가 다 했다. ㅋㅋㅋ 그러니까 나는 나보다 훨씬 더 예전에 훨씬 더 논리정연하고 똑똑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던 대선배들, 거인들의 말을 검색하고 찾아내서 저도 여기 동의합니다! 라고 숟가락을 얹어야 하는 것이다.


구글 스콜라에는 아마 한국어 자료도 있을 텐데 가능한 영어로 검색하고, 키워드 위주로 검색하길 추천한다. 키워드가 구체적일수록 검색결과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근데 가끔 검색결과 링크 타고 들어가면 유료인 경우도 있고 출처가 불명인 경우도 있고 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어쨌든 학술검색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사이트니까 활발하게 이용하자. 나도 많이 이용했다.


참고로 구글 북스(Google books)도 추천한다. 잘 찾기만 하면 진짜 노다지다. 나 말고도 많은 석박사들을 구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구글 북스 링크 자체를 참고문헌에 기재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읽은 책의 서지정보를 확인하여 단행본으로 기재하자. 가능하면 구글 북스로 찾은 책은 실제 간행된 판본을 도서관에서 찾아 다시 읽고 참고문헌에 기재하라.)


s7.png

프로젝트 구텐베르크(Project Gutenberg)

Free eBooks | Project Gutenberg


이거 넣을까 말까 하다가 넣었다.

여기도 제법 유명한 곳인데, 메인 페이지에 나와 있듯 무료 E-book 사이트다. 난 문학책이나 비평서 찾을 때 이용했는데 보니까 철학서도 있다. 일단 저작권상으로 딱히 문제는 없다고 들었지만 역시 석사 이상은 웬만하면 참고문헌에 안 쓰는 걸 추천한다. 나도 좀 구하기 힘든 책을 여기서 찾았는데 인용하기 애매해서 그냥 도서관에 도서구입 신청을 했다. 해외도서라 시간 오래 걸려 받았지만, 안전하게 단행본으로 다시 읽고 인용했다. 학부생은 뭐…. 교수님이 큰 기대를 안 하실 테니 리포트에 참고문헌으로 제시해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ProQuest 같은 다양한 DB사이트들이 있는데, 유료인 경우도 있으니 학교에서 해당 사이트를 구독하는 중인지 확인해 보고, 아니면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자. 꼭 필요한 논문인데 우리 학교는 구독 안 하는 사이트에 있다면? 일단 사서한테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고(다른 학교 통해서 볼 수 있는 방법도 간혹 있다) 없다고 하면 결제해서 보는 수밖에 없다.


학교 도서관 사이트가 쓸만하다면 많이 활용하고 국내 학술 DB사이트인 DBpia, Kiss(한국학술정보), Riss(학술연구정보) 등등과도 친해지자. 이런 곳들은 보통 학교 계정으로 접속하면 자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과제할 때 최대한 공신력 있는 곳에서 자료를 모으는 게 좋다. 예전에 조별과제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조장이었고 PPT 제작이랑 발표도 하기로 했다. 난 조별과제의 끔찍한 비효율성을 싫어해서 웬만하면 내가 맡을 수 있는 거 다 맡겠다고 자처하는 편이었다. 대신 자료조사만 성실히 하고 정리 잘 해서 넘겨달라고, 내가 약간 손볼 수는 있겠지만 가능한 정리된 내용을 PPT에 바로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원들한테 말했는데ㅠㅠ 어떤 분이 나무위키 링크를 한 10개 가량 에버노트에 예쁘게 잘 정리해서 주셨다………….


그분이 맡은 파트 내가 싹 다 다시 자료조사했다. 제발 이러지 맙시다…. 위키 사이트는 누구나 수정이 가능하고 수정하는 사람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학문적인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부적절하다.


내가 빨간색으로 강조까지 했다. 제발ㅠㅠ 철학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이러지 말자. 너무 기본적인 것이다. 그래 과제하기 귀찮았을 수도 있고 어디서 어떻게 자료를 찾아 정리할지 모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를 위해 내가 이런 글을 쓰기로 했다. 모르면 찾아보다가 이 글이라도 우연히 읽어서, 대학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고.




지금까지 과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를 이야기했고, 이젠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한테 필요한 자료를 찾는지 이야기하겠다.


우선 몇 가지 용어를 둘러보자. 리서치(Research)는 말 그대로 연구, 자료조사라는 뜻이다.

학술적인 글을 쓴다면 반드시 리서치를 선행해야 한다.


이따 인용법 얘기할 때 다시 나올 텐데, 참고문헌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도 말 그대로 내가 참고를 한 문헌이라는 뜻이다. 글을 쓰기 전 리서치하면서 찾아낸 많은 자료들 중 내가 글 쓸 때 직접적으로 참고한 자료들이 있을 것이다. 그걸 명확하게 밝혀 줘야 한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이런이런 자료를 봤다, 인용했다는 증명이다.


참고문헌은 글 다 쓰고 맨 마지막에 리스트로 정리해서 기재한다. MLA 방식으로 인용할 때는 Works Cited 이렇게 쓰고 APA 방식으로 인용할 때는 주로 레퍼런스(References)라고 한다. MLA가 뭐고 APA는 뭐야? 이따 밑에서 간략히 얘기하겠다.


비블리오그래피(bibliography)라고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내가 공부하면서 찾아보긴 했지만 인용하지는 않은 자료까지 포함하는 참고문헌 리스트라고 알고 있다. 앞에 Works Cited 또는 레퍼런스는 내 글에 실제로 포함된(인용된) 자료만 정리한 목록이다.



과제를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말자. 다 학습이고 훈련이다.

자, 나에게 과제가 하나 할당되었다. 주제가 뭐 지난 포스트에 썼던 실존주의라고 하자. 다다음 시간까지 잘 정리해서 발표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시작하지? 일단 실존주의에 대해서 알아야 하니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본다. 오, 사람들이 블로그에 시대별 철학자별로 잘 정리해 놨네. 오, 여기 위키 사이트에 내용 자세히 나와 있네. 이 내용들 기본적으로 참고해서 사진 좀 붙이고 PPT 만들어야지~


이렇게 시작할 경우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어라? A 블로그에서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는데 B 블로그에서는 아니라고 다른 얘기를 하네? 뭐가 맞는 거지? 에이, 모르겠다. 다른 블로그 더 둘러보고 더 많은 사람이 말하는 의견대로 가자.”


하지만 블로그에서 더 많은 사람이 말하는 의견이 틀린 거면 어떡할 거야. ㅠㅠ 뭐가 맞는지, 아무리 잘 정리된 내용이 올라와 있다 해도 거기 오류는 없는지 스스로 확인해 봐야 한다.


지난 시간에 살짝 언급했다. 철학 공부할 때는 웬만하면 철학자가 직접 쓴 원전을 사서 읽는 게 좋다고. 전공자 아니고 철학에 관심 있는데 뭐부터 봐야 하냐고 묻는 입문자들에게도 나는 웬만하면 원전 보라고 권한다. 물론 원전은 길고 어렵고 권수도 많고, 실존주의라고 치면 실존주의 철학자만 몇 명인데 다다음 발표 시간까지 그 사람들이 쓴 책들을 일일이 다 찾아 읽고 이론을 비교 정리해서 발표할 수는 없다. 그건 대학원생들이나 하는 짓이다. 학부 수준에서 어떤 철학자나 이론에 대해 알아볼 때 적절하게 요약된 자료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요약된 자료도 가능하면 내가 올려둔 사이트들 또는 책 속에서 찾도록 하자.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대략 이런 제목의 책들에 은근히 우리에게 필요한 요약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만 24세까지는 청소년이니까 대학생이 읽어도 아무 문제 없다) 실제로 어떤 교수님께선 이런 책을 강의 때 주교재로 쓰셨고 시험도 봤다. 큰 맥락을 따라가면서 공부하고 잘 외우면 남는 것도 많다.


철학서를 고를 때는

(1) 가능한 최근에 나온 책을 보고,

(2) 저자가 철학 분야에서 믿을 만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인지 약력을 잘 확인하고,

(3) 사상의 흐름과 철학자들에 대한 소개를 위주로 하는 교과서적인 책을 선택하자. (저자의 사견이 많이 포함되어 있거나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책을 피하고, 설명 위주의 책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실존주의에 대해서만 요약된 책을 찾고 싶다면 도서관이나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실존주의라는 키워드로 검색하고, 내가 참고하기 적절한 책이 있는지 찾자. 사실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서 관련서적이 모여 있는 서재에 가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료 찾는 법은 위에 사이트 소개하면서 대략적으로 썼으니 생략하겠다. 키워드는 저자명, 작품명, 핵심적인 단어나 사조 위주로 검색하고 해당 분야에 권위자인 학자가 있으면 그 학자의 이름을 검색해 저서를 쭉 찾아보는 것도 좋다. 복수의 학자나 이론에 대한 비교·대조 자료가 필요하면 difference between A and B 뭐 이런 식으로 검색해 보라.




인문학 리포트, 어떻게 써야 할까?

: 별거 없다. 서론 + 본론 + 결론 + 참고문헌.


학문적 글쓰기는 논리적인 글쓰기다. 고등학교 화법과 작문 시간에 분명히 논리적인 글쓰기를 배웠을 것이다. 아예 대학에서 아카데믹 라이팅을 필수교양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 학교에도 필수교양 글쓰기 수업이 있었는데 난 도움 많이 받았다.


학문은 펜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글을 써야만 한다. 남의 글 읽을 때도 읽었다고 쓰고, 내 의견을 말할 때도 쓰고, 아무튼 주구장창 쓴다. 사고력은 독서를 많이 해야 늘고, 글은 많이 써 봐야 는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뭘 하든 다 반복적으로 많이 해야 늘지.


그러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거나 PT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 몸에는 참 많은 근육들이 있는데 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자극을 줘야지만 내가 원하는 근육들이 알맞게 쏙쏙 펌핑된다는 것을. 학문적 글쓰기 역시, 효율적으로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작정 줄줄줄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쓸 때마다 정해진 포맷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구성은 이런 거다. 새하얀 A4 한 장이 있다. 이제부터 이 한 장을 채울 것이다.

5개의 문단을 적절한 분량으로 구성한다. 1문단(서론) + 2~4문단(본론) + 5문단(결론).

서론과 결론은 본론에 비해 좀 짧을 수도 있다. 서론보다는 결론을 길게 쓰는 게 좋고 본론은 각 문단의 분량이 균등해야 한다.


서론 본론 결론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건 사실 주제에 따라 다르다. 뭐 서론에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Hook이 있어야 한다거나 본론은 이러저러하게 구성해야 한다거나 결론은 본론의 정리라거나, 이와 같은 논리적 글쓰기 가이드라인은 인터넷 글이든 강의든 뭐든 정말 끝도 없이 많고 관련서적도 널렸으니까 찾아 읽자.


아, 리포트 낼 때 성의 있어 보이고 싶어서 표지를 쓰는 학생들이 많은데 표지 싫어하시는 교수님도 꽤 많다. 아예 리포트 낼 때 표지 만들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글 자체를 논리적으로 잘 쓰는 데 집중하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경우, 국어 맞춤법 어려운 거 나도 안다. 국문학과 애들도 안다. 그래서 가끔 새내기 입학철이 되면 국문학과에서 ‘새내기 여러분 환영합니다 맞춤뻡저희도모르니까아무럿개나쓰새오’ 같은 웃픈 현수막을 걸기도 한다. 뭐 “난 이게 더 낳다고 생각해!” 이 정도 수준만 아니면 교수님이 크게 뭐라고 하진 않으시겠지만 예의상 맞춤법 검사기라도 한번 돌리자….


리포트에서 1인칭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냥 ‘나는’, ‘본고는’, ‘필자는’ 뭐 보통 이렇게들 쓴다. 근데 에세이가 아니기 때문에 쓰다 보면 1인칭 나올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본고’는 이 원고라는 뜻이니까 정확한 1인칭은 ‘본인’ 이 되겠다. 난 학부생 때 주로 ‘나는’으로 썼던 것 같다.


아무튼 결론까지 다 쓰고 나면 이제 참고문헌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인용법에 대해 설명하겠다.


s8.png


MLA 인용 가이드

MLA Formatting and Style Guide // Purdue Writing Lab


링크는 퍼듀 대학에서 제공하는 MLA 인용 가이드다.

MLA, APA, 시카고 등등 인용법(출처표기법)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용법은 내가 글을 쓰면서 남의 글을 인용할 때 어떻게 인용하면 되는지 정해 놓은 것이다. 인문학에서는 보통 MLA 방식을 쓴다. 인용은 본문 내 인용과 참고문헌으로 나뉜다. 본문 내 인용은 말 그대로 내가 글을 쓰면서 본문에 남의 아이디어/문장/표현을 가져다(빌려다) 쓰는 것이고, 참고문헌은 본문 내 인용한 문장이 어떤 작가의 어떤 글인지 어디서 출판됐는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밝혀 주는 것이다.


*MLA 방식의 본문 내 인용-직접인용 예시(1):

이 문제에 대해 아무개 학자는 “어쩌고 저쩌고”(22)라고 말했다.


큰따옴표 안의 어쩌고 저쩌고는 아무개라는 학자가 쓴 글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긁어온 것이고(직접인용), 따옴표 뒤 괄호 안에는 그 문장을 가져온 문헌의 페이지 넘버를 쓴다(내주).


*MLA 방식의 본문 내 인용-직접인용 예시(2):

이 문제는 “어쩌고 저쩌고”(아무개 22)라고 이해될 수 있다.


문장 안에서 저자명을 밝히지 않을 경우, 이처럼 괄호 안 페이지 넘버 앞에 학자 이름을 써 준다.


*MLA 방식의 본문 내 인용-직접인용 예시(3):

아무개 학자는 김치찌개를 먹을 때 “반드시 묵은 김치를 사용해야”(『김치의 법칙』 22)한다고 했지만 한정식 밑반찬에는 “백김치가 가장 적합하다”(『한식의 대가』 37)고 주장한다.


아무개 학자의 책 2권을 인용한 상황이다. 이때는 본문 내 인용에서 각각의 책제목(김치의 법칙/한식의 대가)을 저렇게 따로 밝혀 주고 페이지 넘버를 쓰면 된다. 책제목에는 겹낫표(『』반각문자로)를 쓰고 논문 제목이면 낫표(「」역시나 반각문자)를 쓴다. 외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외서는 책제목을 반드시 이탤릭체로 표기해 주어야 한다. 책제목이 너무 긴 경우 앞 단어만 따서 요약 표기한다. 아래 예시를 참고.


푸코는 “어쩌고 저쩌고”(Discipline 112)라고 주장했다. 또한 “어쩌고 저쩌고”(History 129)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예시에서 Discipline은 Discipline and Punish라는 책의 요약 표기고 History는 The History of Sexuality의 요약 표기다. 보통 관사는 제외하고 가장 첫 단어로 축약해서 표기한다. 그리고 Discipline과 History 모두 이탤릭체로 표기한다.


내가 만약 외서에서 영어 원문을 가져왔다면, 큰따옴표 안에 “번역문(원문)” 이렇게 병기해서 써야 한다. 위의 예시로 치면 “어쩌고 저쩌고(blah blah)”(Discipline 112)라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정확하다. 영어 원문 병기가 필수는 아닐 수도 있는데 보통 다 저렇게 쓰는 것 같다.


A라는 외국인 저자의 책 1편 + 논문 1편 이렇게 인용했다고 치자. 책제목은 축약+이탤릭체로 표기하고, 논문 제목은 역시나 축약형으로 표기하되 큰따옴표 안에 쓴다. (이탤릭체X)


A는 “어쩌고 저쩌고(blah blah)”(책제목 57)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러그러한 일(yada yada)”(“논문제목” 319)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공동저자가 있는 경우 국내 저작물이면 (저자명1, 저자명2 페이지 넘버) 이렇게 쓴다. 해외 저작물이면 (저자명1 and 저자명2 페이지 넘버)로 쓴다.


셋 이상의 공동저자가 있는 책이라면 (대표저자 외 페이지 넘버) 또는 (대표저자 등 페이지 넘버) 이렇게 쓸 수도 있고 (대표저자 et al. 페이지 넘버) 이렇게 쓸 수도 있다. 보통 마지막 표기는 해외 저작물에 쓴다.



직접인용은 위에서 살펴본 예시들처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남의 말 그대로 긁어온 경우 큰따옴표를 사용해 인용하는 것이고 간접인용은 약간 내 말로 바꿔서 은근하게ㅋㅋ 인용한 것이다.


*MLA 방식의 본문 내 인용-간접인용 예시:

아무개 학자는 이 문제를 어쩌고라고 보면서 한편으로는 저쩌고라고도 생각한다(22).


간접인용 역시 남의 말, 남의 생각을 가져다 쓴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용표시를 해 주어야 한다. ~에 따르면, ~에 의하면, ~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런 식으로 누구의 생각인지 명확히 드러내자. 이거 진짜 중요하다. 자칫 누락하면 표절 된다. 간접인용을 할 때는 원 저자의 의견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표현으로 잘 바꿔 써야 한다.


MLA 직접인용은 큰따옴표 뒤에 띄어쓰기 하지 말고 바로 괄호를 붙여 쓰고, 괄호 뒤에 온점을 찍자. 간접인용도 문장이 다 끝났으면 띄어쓰기 없이 바로 괄호를 쓰고, 괄호 안에서가 아니라 괄호 닫은 다음에 온점을 찍어주자. 온점 찍고 괄호 시작하면 안 된다. 나 이런 걸로 겁나 까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아래를 참고하라.


어쩌고 저쩌고 강조했다(22). ---> O

어쩌고 저쩌고 강조했다 (22). ---> X

어쩌고 저쩌고 강조했다.(22) ---> X

어쩌고 저쩌고 강조했다. (22) ---> X


MLA도 막 7판이 있고 8판이 있고 이건 뭐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인용법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계속계속 업데이트된다. 예전에는 출판사 이름 쓰고 뒤에 출판된 국가나 도시명 썼는데 이제는 안 쓰는 식으로, 뭐가 추가되거나 빠지거나 한다. 항상 가장 최신판을 참고하는 게 좋다.


국내 많은 대학교에서 도서관 사이트를 통해 인용법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최신판으로 업데이트가 안 돼 있기도 하고 국내 학계에서 쓰지 않는 방법으로 가이드를 써 놓기도 하고(우리 학교가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고 석사과정 시작했다가 학교 도서관 사이트에 나온 인용법 가이드만 철썩같이 믿고 참고문헌 썼는데 무진장 욕 먹음. 경험담이다….) 이것저것 대조하며 찾아봐야 해서 좀 힘들다.


내가 석사논문 쓸 때 고생했으니 비슷한 분 계시면 참고하시라고 인용법 대략적으로 적어 보겠다.

대학원생의 경우 선배, 조교님, 교수님들로부터 인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배울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아싸가 편하면 혼자 알아서 해야 하니까.


학부생 리포트도 엄연히 학문적인 글쓰기이므로, 미리 인용법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참고문헌 리스트를 작성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특히 대학원 진학 생각하고 있다면 필히 학부 때부터 이렇게 쓰는 습관을 들이자.


(*MLA 방식은 참고문헌 표기할 때 내주를 사용하고 APA 방식은 각주를 사용한다. 근데 MLA 방식으로 작성된 논문인데도 참고문헌 표기가 아니라 첨언하고 싶은 내용을 부연설명하려고 각주를 다는 경우를 봤고 교수님께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셔서 내 논문에도 각주를 달았는데, 사실 나도 이거 아직까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석사논문 볼 때마다 자괴감 든다……. 잘 모르겠으면 교수님께 꼭 여쭤보라. 어차피 컨펌은 교수님께서 하는 것이다.)



대략적인 MLA 방식 참고문헌 쓰는 법

(*2021년 4월 MLA 개정 9판이 나왔으니 아래 예시를 참고하되 최신 개정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여 참고문헌에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우선 국내에선 참고문헌에 낫표(「」)와 겹낫표(『』)를 사용한다.

(*브런치에 전각문자밖에 사용이 안 되는데 반각문자로 써야 한다.)

배치 순서, 온점, 이탤릭, 띄어쓰기 등등에 세부적으로 신경쓰자.

다른 무엇보다 정보가 정확한지(책제목 틀린 거 없는지, 저자명 똑바로 썼는지 등등) 여러 번 검토하자.


▶단행본 : 저자명. 『책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번역서인 경우, 저자명. 『책제목』. 역자명 옮김. 출판사, 출판연도. 이렇게 쓰고 저자명 영어 아닌 한글로 쓰되 성, 이름 순서로 쓴다.)

(저자가 둘인 경우 저자명1, 저자명2. 요렇게 표기하면 되고 저자가 셋 이상인 경우 대표저자명을 쓴 뒤 ‘외’를 쓴다. *예시: 김철수 외. 『책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학술지 : 저자명. 「논문제목」. 『논문이 수록된 학술지 제목』판.호수 (출판연도): 페이지.

(*예시: 아무개. 「어쩌고 저쩌고 철학논문」.『방구석 철학』22.1 (2021): 22-37. 판, 호수가 나눠져 있지 않고 그냥 제 3권 이렇게 하나인 경우도 있음 그럼 그냥 『방구석 철학』3 (2021): 22-37. 이렇게 쓰면 된다.)


▶외서 단행본: 저자명(성, 이름). 책제목(이탤릭체). 출판사, 출판연도.

▶외서 번역본: 저자명(성, 이름). 책제목(이탤릭체). Translated by 역자명. 출판사, 출판연도.

▶외서 학술지: 저자명(성, 이름). “논문제목.” 논문이 수록된 학술지 제목(이탤릭체) 판·권 또는 호수 (출판연도): 페이지.

(브런치가 이탤릭체가 안 되는데 외서는 책제목에 무조건 이탤릭체 적용해 줘야 한다.

*외서 학술지 예시: Watson, John. “I Hate Sherlock Holmes.” A Study in Scarlet 10 (1887): 155-178.큰따옴표 뒤의 스터디 인 스칼렛은 이탤릭체로 표기하는 것 잊지 말자. 그리고 논문제목과 책제목은 조사 제외하고 단어 첫머리마다 대문자로 표기해 줘야 하며, 따옴표 안에서 온점을 찍어야 한다. 만약 논문제목에 특정한 책제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 그것도 이탤릭체 적용해 줘야 한다.)


저자가 두 명인 외서는 저자명1(성, 이름) and 저자명2(성, 이름). / 셋 이상이면 대표저자, et al. 이렇게 쓰면 된다. 원래 영어가 아니라 다른 외국어로 집필된 책인데 영어판을 봤다면 번역본을 본 거니까 번역본으로 표기하자. 가끔 중요한 편집자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저자명(성, 이름). 책제목(이탤릭체). Translated by 역자명, Edited by 편집자명. 출판사, 출판연도. 이렇게 쓰면 된다.



▶스탠포드 철학사전 인용할 때는: How to Cite the SEP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MLA형식에 맞춰 쓰려면 다음과 같이 쓰면 될 것이다.

저자명(성, 이름). “웹 콘텐츠 제목.”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이탤릭체) edited by Edward N. Zalta. 해당 웹 콘텐츠가 작성된 날짜. URL링크. 내가 웹 콘텐츠에 접근한 구체적 날짜(Accessed 25 May. 2021. 이렇게 앞에 Accessed 라고 써야 한다.)


▶인터넷 철학사전 인용할 때는: About |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utm.edu)

여기 맨 마지막에 Citing Entries가 나와 있는데 이게 좀 애매하다. IEP는 콘텐츠의 구체적인 작성날짜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MLA 방식에 따르려면 이렇게↓ 쓰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은데,

저자명(성, 이름). “웹 콘텐츠 제목.” The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콘텐츠에 접근한 연도. URL링크. 내가 웹 콘텐츠에 접근한 구체적 날짜.


아무래도 영 찜찜할 수 있다. 이렇게 인용이 헷갈릴 때는 교수님 말씀이 답이다. 가서 정중히 여쭤보라.


지금 여기에는 인용법 핵심적인 부분들만 추려서 소개한 것이다. 이외에도 변수가 많다. 어느 앤솔로지의 특정 부분만 인용하고 싶을 수 있고 저자명 없을 수도 있고 인터넷 뉴스나 칼럼 인용하고 싶을 때도 있고 기타등등. 그럴 때마다 와 이거는 참고문헌 어떻게 써야 돼? 하면서 눈에 불을 켜고 검색한다. 인용 진짜 골치아프다. 나도 석사할 때 인용 알아보느라 많이 고생했고 욕도 엄청 먹었다ㅋㅋ.....


공부하다가 인용 때문에 서럽고 빡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논문 쓸 때 제일 짜증나는 게 바로 이 참고문헌 정리 과정이다. 하지만 참고문헌에서 논문의 퀄리티가 결정난다고 보는 사람도 많고, 어쩌다 뭐 누락하거나 페이지 잘못 쓰거나 하면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고 간주되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재인용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재인용 똑바로 안 해서 해당 학기에 석사논문 패스 못한 학생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지도교수님께 들었다. 재인용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리서치를 하다가 B학자의 논문을 봤다. 근데 이 사람이 A라는 다른 학자의 글을 인용했다. 오, 이 인용한 구절 좋다. 나도 이거 인용해야지. 근데 A학자가 쓴 그 글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거 정말 내 글에도 필요한 구절인데. 어떡하지?


이럴 때는 “해당 인용구”(B 22 A 재인용) 이런 식으로 쓴다.

그러니까 나는 그 인용구를 B학자의 글 22페이지에서 봤는데, B학자도 A학자의 글을 인용한 것이므로, 나는 지금 이중적으로 인용을 했다(재인용)고 밝혀주는 것이다. 항상 출처는 이렇게 명확하게 적어야 한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철학 전공자가 아닌데 철학에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지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슬기로운 철학생활(2) 학문이라는 고행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