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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Oct 29. 2023

DAY 13. 헤엄친다 (어느 날 강가에서의 하루)

Wrtten by. DKS

개구쟁이 네댓 놈이 강가에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계집애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홀딱 벗고, 덜렁거리는 고추를 손으로 감싸 쥐고 못내 미덥지 않았든지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계집애들이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난 다음, 강가에 축축하게 젖어있는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강물로 뛰어들었다. 놈들의 난리에 자연스럽게 강가 진흙더미는 미끄럼틀로 바뀌었다. 놈들은 신나서 다시 강물로 몸을 던졌다. 순간 엎어지고, 자빠져 어떤 놈은 엉덩이로, 또 어떤 놈은 등짝으로, 또 다른 놈은 배로 미끄러져 물속으로 쭉 빨려 들었다. 강물은 금방 황톳빛으로 물들었고, 그 속에 얽히고설켜서 물탕을 튀기고 첨벙거리며, 서로서로 머리채를 붙잡고 물속에 처박아 물을 먹였다. 그때 한 놈이 허우적거렸다. 마침 그놈을 본 다른 놈이 물을 먹이려고 그놈의 다리를 붙들고 물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힘센 그놈은 보통이 아니라서 물 먹이려고 덤벼들었던 놈의 머리를 눌러서 오히려 그놈에게 물을 먹이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물속에서 놀다가 입술이 퍼렇게 변하고, 몸이 달달 떨리고 추워서 더 이상 물속에 있지 못하고 한 놈 두 놈 강가로 기어올랐다. 늘 그러했듯이 땡볕에 따끈하게 데워진 넙데데한 바위 위에 엎드려 젖은 몸을 말렸다. 

 

   저녁을 부리나케 먹고 어른들 몰래 다시 모인 놈들은 강둑에 박혀있는 배의 닻을 집어 들고 배 위로 올라가 소곤대더니 낮 동안 봐두었던 강 건너 별장 옆에 있는 복숭아밭으로 소리 없이 노 저어 갔다. 강기슭에 도착하자마자 바짝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어두운 복숭아밭으로 한 놈, 두 놈 살며시 숨어들어 몸을 바짝 낮추고 복숭아를 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의 손안에는 복숭아가 가득했다. 가득한 복숭아를 담으려고 자루를 찾아보았지만, 자루가 없었다. 미처 자루를 준비하지 못한 것을 그제야 눈치채고 놈들은 당황했다. 그리곤 손안에 복숭아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며 술렁댔다. 그때 그중에 한 놈이 선뜻 나서서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바지 밑단을 묶어 자루 형태를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은근히 행해지는 두려운 손길들, 들킬세라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복숭아를 따서 바지에 담았다. 놈들은 애써 조심한다고 조심했지만, 몸에 부딪혀 툭툭 떨어지는 복숭아 소리에 놀라, 숨소리까지 죽여 가며 소리 없이 복숭아를 땄다. 이윽고 바지 한가득 복숭아를 담은 놈들은 조심스럽게 바지를 둘러메고 까치발로 살금살금 배 위로 올랐다. 

 

   배 위로 올라탄 놈들은 참았던 숨을 급히 몰아쉬고 부리나케 노 저으며 별장 옆 복숭아밭에서 멀어졌다. 복숭아밭에서 멀어진 놈들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숨을 곳을 찾았다. 동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강물과 개울물이 만나 갯버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곳에 배를 숨기고 바지에 가득한 복숭아를 개울물에 쏟아 대충 씻어서 먹기 시작했다. 깜깜한 밤중에 서리해서 그런지 설익은 것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복숭아 서리에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한 개도 버리지 않고 다 먹어 치웠다. 혹시나 들킬까 봐 주변을 다시 한번 훑고 조용히 뱃전에 앉았다. 그때 바지를 벗었던 바로 놈이 뱃전에서 일어나 바지의 매듭을 풀고 탁탁 털어서 입었다. 놈은 바지를 입자마자 “앗! 따가워, 따가워”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입었던 바지를 벗어던지고 개울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었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으나 놈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바지를 탁탁 털고 입었지만, 복숭아털이 다 털리지 않고 조금 붙어 있다가 놈이 바지를 입는 순간 허벅지에 붙어서 따끔하게 찔렀기 때문이었다. 물속에서 벌겋게 된 다리를 벅벅 긁는 놈의 모습이 하도 웃겨서, 방금 복숭아 서리를 하면서 긴장했던 긴장이 다 풀린 채 놈들은 낄낄대며 웃었다. 웃음소리가 어찌나 요란했던지, 고요했던 강가의 적막을 깨고 잠들었던 별들이 깨어나서, 마구 별똥별을 토해 냈다.

 

   저녁밥을 든든하게 먹고 나왔지만, 금방 허기지고 서리한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복숭아를 숨도 안 쉬고 먹어 치웠더니, 난리가 났다. 뱃속에 가득한 복숭아가 심술을 부리는지, 속이 더부룩하고 꾸르륵거리며 쌀쌀하게 아픈 게, 금방 탈이 날 것 같아서 놈들은 그냥 뱃전 위에 웅크리고 누웠다. 네댓 놈이 좁은 뱃전에 누워, 서로 밀고 당기며, 낄낄대고 야단법석을 쳐서 그런지 아픈 배도 그새 가라앉았다. 그렇게 장난치다가 놈들은 문득, 밤하늘의 별을 보게 되었다. 강가에 무성한 갯버들 잎처럼, 하늘가에 주렁주렁 매달린 별들은 제각기 다른 색채를 띠고 있었다. 순간, 놈들은 몹시 상기된 목소리로, 저건 북극성, 저건 북두칠성, 저건 카시오페이아, 저건 오리온성좌, 하고 별자리 이름을 외쳤다. 사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외쳤을 뿐이다. 그렇게 넋 놓고 하늘의 별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뱃전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펄떡대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강가를 바라보니, 이미 밤은 깊었고, 은밀히 내리는 밤이슬만 축축해진 놈들의 옷을 눅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13. 헤엄친다 (어느 날 강가에서의 하루)|작성자 강물처럼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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