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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r 26. 2022

(칼럼)왜 안될까? 어떻게 하면 될까?

한국강사신문 칼럼 [강은영의 뇌과학 이야기]


사과 장수와 딸기 장수가 길에서 나란히 과일을 팔고 있다. 사과는 잘 안 팔리는데 딸기는 날개 돋친 듯했다. 그 모습을 본 사과 장수는 종일 생각했다. '장사가 왜 안되지?' '처음엔 둘 다 안 팔렸는데 왜 갑자기 딸기만 잘 팔리지? 사람들이 어째서 사과는 사지 않는 걸까?'


머릿속이 '왜?'로 가득한 사과 장수와 달리 딸기 장수는 '어떻게 하면 딸기가 잘 팔릴까?'를 고민했다. 먼저 표정부터 바꾸고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말하기 시작했으며 보다 좋은 물건을 가져와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진열하려고 노력했다. 해결책을 연구하니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잘 팔릴지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품목을 파는데 결과는 극과 극이다. 장사가 왜 안 되는지 궁금한 사과 장수는 지나간 과거, 안 되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잘못된 일의 원인을 찾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인만 파헤치다 보면 그 굴레에 빠져 자책하거나 합리화할 핑곗거리를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낸다.


사과 장수는 사과가 왜 안 팔리는 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변명하기 시작했다. 자리가 안 좋다. 올해 사과가 맛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길에서 과일을 사지 않는다 등 안되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 냈다. 원인도 대부분 자신이 아닌 외부 환경 때문이다. 안되는 이유에만 몰두하면 점점 힘든 상황에 빠지고 그 상태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반면 딸기 장수는 원인을 찾기보다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장사가 안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에 집중한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그렇다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뇌는 예측하기 시작한다. 신경세포들은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최선의 추측을 하려고 한다.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예측을 통해 적절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인보다 해결책에 몰두해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내 머릿속에 어떤 물음이 먼저 떠오르고 생각을 지배하는지 알아채는 연습을 해보자. 어떤 생각이 뇌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삶이 변화한다. "왜?"보다는 "어떻게?"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승진을 할까? 어떻게 하면 정리 정돈을 잘 할 수 있을까? 살을 어떻게 뺄까?


"왜?"에 집중하여 만들어 낸 이유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뭐가 문제인 걸까?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핑계는 결국 자신마저 속이고 자신의 게으름과 노력 부족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심리학자인 브리기테 로저의 저서 「핑계의 심리학」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핑계가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이더라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놓쳤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실현했느냐는 것이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힘이 쭉 빠진다. 절로 힘이 생기는 말로 바꿔보겠다. 어떻게 이 모습에서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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