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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쌤 Apr 05. 2024

글쓰기 힐링 데이

오늘은 글이 쓰고 싶어 미치겠는, 그런 날이다.




학교 생활이나 얼마 전에 지나간 시험에 대한 이야기, 머리를 자른 이야기, 봄꽃 이야기 등 글로 표현해서 남기고 싶은 것들이 마음에 쌓여 있다. 이런 표현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 이럴 땐 마음속 수채구멍이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이 많이 아프기 전엔 이런 상태를 억지로 버텼다. 물론 덕분에 나는 하기 싫은 일,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심리적 항마력이 강하다. 그렇지만 무리하게 버티면 병이 생긴다는 걸 경험했기에 힘든 일은 대화나 상담을 통해 털어내고, 표현하고 싶은 건 글로 푸는 습관을 가지기로 했다.


'마음속이 보글거린다'라는 은어를 만들었다.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처리되지 않고 자꾸 튀어나와 귀찮게 하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벌써 지난주부터 보글거림이 느껴졌는데 이제야 힐링하는 날을 맞게 되었다.


먼저 바빠서 쓰지 못했던 글의 제목을 주르르 적어본다. 찾아보니 몇 개의 글들은 이미 작가의 서랍에서 잘 숙성되고 있었다. 시기가 너무 이른 것 같아서, 글이 완성된 느낌이 아니라서,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아서 묵혀두었던 녀석들. 오늘 보니 무럭무럭 자라 아주 맘에 든다. 시간이 지난다고 맘에 들 수가 있는 건 왜인 건가 또 생각해보고 싶지만 일단 퇴고하고 발행 버튼부터 눌러보자!


'발행'이란 건 이제 내 마음속에 숨겨두지 않겠다는 거니까. 어느 정도 소화도 되고 부끄럽지도 않은 거니까. 포스팅하는 분량만큼 내 안에서 나와 세상으로 뻗어나간다. 시냇물처럼 바람처럼 흘러흘러 나아간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외부에서 주어진 것을 쳐내는 일에만 집중하다 '나'라는 존재를 깊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치유효과가 있다. 식기건조기 위 다 마른 그릇을 원래 자리에 정리하듯, 글쓰기는 흐트러진 것 같아 분주해진 생각거리들을 정돈해 마음을 깨끗하게 해 준다. 온몸을 잔뜩 찌푸리게 하던 저항감도 서서히 사라진다.


카페에 발을 들일 땐 이방인 같아 어색했던 마음, 두 시간이 흐른 지금은 터줏대감이 된 것처럼 편안하다. 처음엔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듯 민망했는데 이제는 누가 보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이 오롯이 내 안에 있는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 있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누군가 듣지 않아도 마구 말하고 싶어서 쓴다. 최근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며 바쁘고 피곤해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의 힐링 타임에 기쁨과 감사가 차오른다. 이 정도쯤 좋아지면 집에 가도 된다. 꼬르르 들려오는 배꼽시계 소리에 자리를 정리한다.


그전 글쓰기 힐링 데이는 언제였더라,

다음엔 언제쯤 또 글쓰기로 힐링하게 될까,

기대하는 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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