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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만족 Oct 22. 2020

만족하며 살고 있나요?

내게 맞는 땅, 마을, 집, 공간이 '만족하는 삶'을 만든다 


주변과 조화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



남양주시에 있는 ‘오경재’는 산의 경사를 활용하여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친환경 설계를 했다

가장 큰 특징은 건물의 50%가 땅에 묻혀있는 용적률 0%의 집이다. 기존 산세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산의 경사를 따라 집을 계단식으로 배치하고, 옥상녹화로 훼손된 녹지면적을 보상했다. 


자연을 배려하고, 주변 환경, 이웃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주의 마음이 없었다면 ‘오경재’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 자연환경의 조화를 위해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배치했다. 오경재는 친환경건축으로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몇 해 전, 오경재 건축주에게 연락이 왔다.


“김대표님, 집 앞에 건물이 들어서는데, 지금 마을이 난리가 났어요. 3층 건물인데, 저희 집 시야를 막은 것은 당연하고, 마을 미관까지 해치고 있어요. 그 땅주인이랑 마을 사람들은 다투고 있고, 좋은 방향으로 설득시키려고 해도 잘 되지 않네요. 제가 연결해드릴 테니 설득 좀 시켜주세요!” 


오경재가 있는 마을에는 2층 이하의 주택이 대부분이다. 나지막한 전원마을에 도시에서나 볼법한 3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주말에 오경재로 찾아갔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 미관을 해치는 공사를 중지하라’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철골구조가 3층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현황을 살펴보고, 땅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소개로 연락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말씀은 들었습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 상황에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관을 주변과 어울리는 재료를 사용하고, 3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경사지붕으로 만드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마을에서 계속 사셔야 하는데, 이왕이면 의견을 수렴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안 그래도 민원으로 힘든 참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몇 가지 시안을 작업하여 보여주었다. 땅주인은 그렇게 하겠다했고, 일이 해결된 듯 보였다. 그런데 결국 시안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이 일이 4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입주하지 않았다. 


낮은 건물만 있는 전원마을에 높은 건물이 생긴다면 그곳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과 얼굴 붉히며 공사를 끝내면, 그곳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자랑하고 싶고예쁜 동네에서 살고 싶다



노르웨이 뵈르겐은 유명한 해안마을이다. 특히 해안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건물이 들어선 마을은 전 세계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뵈르겐 마을을 유심히 살펴보면 집 모양이나 방향이 다른데 통일되어 보인다. 비슷한 재료와 색상, 비슷한 높이, 지형에 맞는 배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Costa Cruises S.p.A.


비슷한 재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황색, 갈색 계열의 지붕이다. 나머지 10%는 남색 지붕이다. 곳곳에 회색 지붕이 있지만 주황색 지붕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일해주기 때문에 다른 색이 몇 개 들어간다고 해서 거슬리지 않는다.


비슷한 높이

건물의 높낮이를 살펴보면 비슷비슷하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중간에 높은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면, 그 건물이 눈에 튈지는 몰라도 조화로운 모습은 아니다. 


지형에 맞는 배치

해안가는 평지이기 때문에 같은 건축물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뒷산은 경사지를 따라 건물이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다. 기존 자연의 흐름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면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도심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좀 더 여유 있고 자연이 가득한 공간에서 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옆집과 너무 가까워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바로 앞에 높은 옹벽이 있는 곳 등에서 산다면 도시생활과 뭐가 다를까.

그냥 그렇게 살아가지만 만족하기보다는 포기하며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택지개발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빨리 만들고, 빨리 파는 것이 중요했다.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개발이 대한민국 곳곳에 생겼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공간에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전원생활을 꿈꾸며 땅을 산 사람들이 집을 지었다. 집을 짓고 나니 불만족스러운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참고 살아보려고 했지만 2년을 채우지 했다. 왜 그런 상황이 생겼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 늘어난다. 그들은 다수가 되어 이야기한다. 


“전원주택생활은 불편해”

“집 짓고 나면 10년 늙는데”

“마당 있는 삶? 큰 창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집? 로망은 로망일 뿐!”








사는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하고,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건축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땅도 여기에 해당한다.

 



3층 건물 높이의 옹벽을 바라보는 풍경 


집을 짓기 위한 대지조성공사 현장에 간 적이 있다. 그 집 바로 뒤에 6.5m의 높은 옹벽이 있었다. 6.5m는 3층 건물 정도의 높이로 가까이에서 본다면 굉장히 부담스럽다. 


토지주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높은 옹벽을 덜 부담스럽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래 50cm 이상 땅을 파거나 올리면 설계변경을 해야 해요. 그래서 48cm 정도의 단을 기존 옹벽 앞에 쌓고, 나무나 꽃을 심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나중에 나무가 자라면 옹벽을 많이 가려줄 겁니다. 어떠신가요?”

“저는 좋죠! 안 그래도 설계하면서 옹벽이 집이랑 너무 가까워서 답답할까 봐 걱정했어요.”

“좋습니다. 혹시 모르니 뒤쪽 땅 주인께 의견을 물어봐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끝난 해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삭막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값어치를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높은 옹벽과 검은 배수로와 아름다운 마리아상


공장 부지였던 곳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토지주가 찾아왔다. 현장에 가서 보니 큰 문제가 있었다. 주택인데 높은 옹벽을 마주하고 있어야 했던 것, 그리고 배수구멍이 깊어 굉장히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이었을 때는 신경 쓰이지 않았던 옹벽이 주택을 짓고나 하니 문제가 생긴 경우다. 우선 높은 옹벽을 낮춰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흙으로 덮는 것이다. 흙을 가지고 오는 것도 비용이기 때문에 공사부지에 있는 흙을 활용했다. 집이 앉는 자리 앞 흙을 퍼서, 마당으로 만들고 남은 흙으로 옹벽을 가리는 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잔디와 나무, 꽃을 심으면 옹벽이 가려진다. 


마당에서 퍼올린 흙으로 왼쪽 콘크리트 옹벽을 가렸다.



이번에는 배수구멍을 가릴 차례다. 콘크리트로 막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달라 색 차이가 있어 보기 좋지 않다. 한참 고민을 하던 중 토지주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들었다. 그때, 번뜩! 하고 묘안이 떠올랐다. 마리아상을 넣는 것은 어떨까? 큰 가닥을 생각하고 설계 후, 공사에 들어갔다.

우선 바닥 타일공사를 하고 남은 타일을 깨서 모자이크 방식으로 구멍을 막았다. 아래에서 위로 쏘는 포인트 조명을 설치하고 토지주에게 연락했다.


“오늘 1m 정도 되는 마리아상을 사 오세요.”

“마리아상이요?”

“네, 저기에 넣을 겁니다. 아래 조명 보이시죠? 저녁이면 빛이 마리아상을 비출거에요.”

“오~ 좋은 생각인데요?”


그날 토지주는 마리아상을 사다 두었다. 이제 옹벽보다는 마리아상을 보며 행복한 기도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사 직후
1년 뒤 찾아가니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김용만

생태건축가, 펜타건축사사무소·품건축(주)대표이사, 마스터플랜/기획설계/계획설계/PM/CM/건축인허가

홈페이지/ www.행복집짓기.com


정해광

라온이엔씨 대표이사,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공장설립승인/개발행위허가/토목실시설계


박은일

은성토건 대표이사, 부지조성/토목공사/매립/조경/보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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