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스트 미팅
"다른 사람과 대화가 잘 안 돼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걱정 가득한 Z의 말이었다.
'병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에는 절대 갈 생각이 없었던 Z가 궁여지책으로 찾은 게, 스피치 컨설팅을 하는 나였다. 우선 참 다행인 것은 그의 '개선 의지'였다. 나아지고 싶으니까 방법을 계속 찾았고 그러다 우연히 나와 '연결'된 것이다.
나 역시 컨설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할 수 있을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한 번만, 테스트 삼아 만나보기로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두 달여 가까이 진행해오고 있는 수업의 시작이었다.
테스트 미팅을 앞두고 내가 계획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의뢰인 Z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것'
그뿐이었다.
세부 주제가 다를 뿐 다른 컨설팅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의뢰인에 대해 잘 알아야, 아니 알아내야 이후 단계가 순조로울 수밖에 없다. 이때 주의할 것은 Z가 보내오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내 편견이 최대한 개입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받아들인 정보로 알게 된 Z는 이런 사람이었다. 초중고 시절, 일종의 자발적 아웃사이더였다. 그게 자의던 타의던 확실한 건 타인과의 접촉이 극도로 적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속된 진학과정에서 누락(?) 되는 문제도 없었고, 군대도 이미 다녀온 상태였다. 소위 이력서의 텍스트로만 보면 너무나 '정상적'이었다.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지점이었다. Z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일반적인 코스(?)를 어떻게든 통과해낸 것이다. Z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에게 연락을 해온 것까지 포함하면 '개선 의지', '극복 의지'만큼은 확실한 사람이란 판단이 섰다.
컨설팅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나의 경험이었다. 어린 시절 잦은 전학으로 친구들 사귐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왕따를 당해본 적도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길을 가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에 '공포'를,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혹은 보지도 않는데 본다고 느끼는 것)에도 '공포'를 느꼈었다. (사실 지금도 길을 가다 모르는 누군가와 마주하며 걷는 것이 약간은 어색하다.)
한참 Z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내 이야기를 전해주자, Z가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은 듯했다. 미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테스트 미팅은 실제 수업 일정을 잡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