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보상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사람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주최 측(혹은 선생님/교수님)에 발표 관련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라는 것이다. 질문하라는 거다. 사소한 것도 좋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일종의 모호함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PT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확보할수록 발표 준비 방향성의 모호함을 줄일 수 있고, 의외의 팁도 얻을 수 있으며, 그렇게 확보한 추가적인 정보를 통해 발표불안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주최 측이 그런 정보를 쉽게 알려줄까? 내 경험상 90% 이상이 크던 작던 내가 해야 할 발표와 관련된 정보를 주었다. 물론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도이다. 질문 한마디, 이메일 한 통이 생각지도 못한 큰 정보를 되돌려 주기도 한다.
최근 협업하는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웃픈 일이 있었다. 그 회사는 00일까지 어떤 데이터를 나에게 넘겨달라고 요청했었다. 기존에는 단순한 작업으로 넘겨줄 수 있는 것이어서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나는 컴퓨터를 포맷한 상태였고, 여러 프로그램도 새로 설치해야 했다. 이 정도면 약과인데, 문제는 소위 인증서가 만료되었고 하필이면 자동 저장되었던 아이디/비번도 오류를 내는 바람에 아이디 찾기부터 인증서 등록 등등을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른 일도 바쁜데 정말 짜증이 났다. 혼자서 꾸역꾸역 해나가던 차에 혹시나 싶어 협업하는 회사의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00자료 꼭 드려야 하는 것 맞죠?" 하며 답답한 상황을 대강 설명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왔다.
"아, 그 자료 저희도 볼 수 있는데 크로스체크 하려고 매번 요청드렸던 거예요. 꼭 안 주셔도 됩니다."
늘 해오던 일이어서 나는 그게 필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만약 거래처에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짜증 속에 반나절을 날릴 뻔했던 것이다. 다른 중요한 일은 하지도 못하고.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특정 사이트에 내 자료를 등록하고 승인을 받는 과정이었다. 그 사이트는 등록 후 승인까지 최대 5 영업일이 걸린다고 명시해놓고 있었다. 물론 최대이니 그전에 승인되겠지 했지만 자료 등록 후 4일이 지나도 처리되지 않자 정말 5일이 걸리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마침 다른 이유로 해당 사이트에 문의할 일이 생겨 상담부서에 전화를 했다. 본래 하기로 했던 질문을 끝낸 후 혹시 앞서 내가 등록한 데이터의 승인이 꽉 찬 5일이 걸리냐 물었더니 아니란다. 마침 전화받는 상담사 본인에게 처리 권한이 있어 바로 처리해주겠다고 하더니 정말 바로 승인이 났다. 그 질문을 안 했다면 그냥 또 막연히 기다렸을 것이다.
이건 용기의 영역도 아니고 사소한 시도의 영역이라 할 수 있겠다. '뭐 다 똑같겠지~' '물어봤자 뭐 달라질 거 있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질문 하나라도 해보는 게 의외의 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 용도가 프레젠테이션 준비든 업무든 관계든 말이다. 어차피 보상을 못 받아도 손해날 것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