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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표탐구자 Nov 16. 2021

상대방의 개취를 추적하며

일할 때도 취향 존중 아니 일할 때야말로 취향 존중

"제가 원했던 건..."


오래간만에 일을 맡겨온 의뢰인이 실망스러운 내색을 비췄다. 나는 놀랐다. 누구나 내가 만든 결과물에 실망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에 내가 만든 결과물과 같은 스타일(?)이 필요한 의뢰인이, 나와 일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작업을 요청해왔던 것이라는 거다. (음... 한때 내 스타일이 좀 좋았나 보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그덕이었다.


의뢰인의 반응에 많이 놀랐지만, 사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업무 초반에 내가 만든 초안의 초안 같은 결과물들을 의뢰인에게 바로바로 공유했었다. 그리고 '매우 별로'라는 회신을 '바로' 받았다. 일단 오래간만에 나를 기억하고 찾아준 '손님'에게 영 면이 서질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의뢰인이 내가 해왔던 일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니 '이걸 기대한 것 맞아?' 혹은 '저걸 기대한 것 맞아?' 하며 의뢰인을 쿡쿡 찔러본 거다. 척하면 딱하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능력 따윈 내게 없었다. 


서로 낭패다 싶은 순간의 해결책은 역시 커뮤니케이션, 소통이었다.


"저... 혹시 예전 작업물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의뢰 초반에 정확히 짚었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아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과거의 어떤 부분을 바로 적용하긴 쉽지 않다. 일종의 워밍업이 필요했다. 워밍업이 잘 끝나면 좋지만, 잘 안 끝나면 결국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초반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아니 그거 있잖아요~ 그때 만들었던 그거~"

상대방은 예전에 내가 만든 결과물들을 다시 내게 보내줬다. 일단 반가웠다. 사실 나는 보관도 제대로 하질 않고 있던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상대방의 의뢰로 만든 결과물을 내 것인 양 하지 않는다. 오롯이 내 결과물이라 할 수 없으니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냥 지나간 일로 잊어버리는 편이다.)


"아..."

상대방이 보내준 파일들을 열어본 순간 좀 당황했다. 나에겐 별다른 기억이 없는, 크게 노력하고 고생했던...(상대방에게도 이렇게 솔직히 얘기했다.) 것이 아닌 결과물들이었다. 부담 없이 쉽게 쉽게 작업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끝난 일들이었다. 설마 했는데 상대방도 계속 걱정이 되었는지 여러 자료들을 계속 보내줬다.


"아..."

의뢰인이 연이어 보내주는 것들도 똑같았다. 되려 내가 공들여 만들었던 것들은... 신기할 정도로 없었다.


이번 일로 다시금 깨달은 바.


그 어떤 콘텐츠던, 일이던, 사람에 대한 취향이던 누구나 각자 좋아하는 본인만의 어떤 지점(포인트)이 있다. 그 지점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소통이 필요하다. 쉽게 접근하지 말지어다.


(메인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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