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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표탐구자 Apr 01. 2023

5분과 20분의 차------이

1분 자기소개 다섯 번과 스무 번의 차이?

고객,

"발표 건은 이러이러합니다."

"원하는 스타일은 이러 이렇습니다."

"줌으로 코칭도 해주시나요."

"이번에 잘 되면 다음번에 또 의뢰할 생각도 있습니다."


나,

"네,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아,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고객,

"한 5분~20분 정도 됩니다."


나,

"......"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전제로 상담을 하다가 막혀 버렸다. 더 이상 진행해서는 안 됐다. 일단 컨설팅이든 뭐든 실제적인 작업이 시작되려면, 견적이 협의되어야 하는데 불가능했다. '5분~20분' 때문이었다. 


고객은 모르고 있었다. 5분과 20분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그러니 쉽게 이야기했을 거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로 해외 스타트업 전시회에 참여한 적 있었다. 전시회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가 스타트업들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때 예선을 관람하며 충격을 받았었다. 바로 시간 때문이었다.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단 5분 동안 자신들의 사업을 유명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했다. 단, 5분 동안이었다. 


(내 경험에 한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창업 관련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보통 참가자들에게 최소 10분 정도의 시간은 주고 있었다. 1분 자기소개도 길다는 사람이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5분은 턱없이 짧다. 그런 상태에서 회사 자체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사업의 아이템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설득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점점 발표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실제로 지난달, 5분 프레젠테이션을 컨설팅했다.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그 상황에 한정한 것이다. 


시간이 짧을수록 중요한 것부터 말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스타트업이 사업소개는 커녕 회사소개만 하고 끝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도 최소한의 룰을 파악해야 다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 5분과 20분은 숫자로도 4배다. 


"고객님, 저희와 작업을 하지 않으셔도 좋으니, 주최 측에 '반드시' 정확한 발표시간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고객님에게도 도움이 되고, 그를 바탕으로 저희와 추가적인 상담도 가능합니다."


그 고객이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다. 진심을 다했을 뿐.




프레젠테이션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이 늘 본인들에게만 너그러울 거란 착각은 정말 착각이다. 나는 프레젠테이션 시 주최 측에서 시간을 쟤며, 발표시간이 초과되면 마이크를 꺼버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최소한의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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