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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표탐구자 Dec 28. 2023

아나운서 시험인가요?

아니면 발표인가요?

우리 애가 구연동화 하는 것 같다는데요...


중년의 직장인 B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교사는 아니지만 아동들을 교육하는 업무도 하고, 지역의 봉사활동도 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런 그에게 사회생활의 고비가 찾아왔다.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과 오롯이 본인에게만 이목이 집중된 발표를 하는 것은 부담감의 차이가 크다. 그도 그랬다. 게다가 너무 오랜만의 발표이자 심사자들의 평가를 받는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발표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는 나를 찾아왔다. 당연히 그는 꽤 긴장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발표는 일종의 승진 시험과 같은 발표였다. 긴장이 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늘 그렇듯 장표 만드는 데에만 시간을 쏟지 말고, 충분한 연습을 할 것을 컨설팅의 시작부터 끝까지 강조했다. 그는 잘 받아들였다. 그런데 발표를 코앞에 둔 마지막 리허설 때 걱정이 가득한 투로 내게 물어왔다. 본인이 자식 앞에서 리허설을 해봤는데 발표하는 말투가 '꼭 구연동화 같다'라는 평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구연동화가 뭐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했다. 발표 콘텐츠를 마치 구연동화와 같이 또박또박 (혹은 연기력까지 곁들여)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거보다 좋은 것이 뭐가 있나? 싶었다.


B는 왜 구연동화 같은 자신의 발표형(?) 말투를 걱정했을까?


발표자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TV에 나오는 아나운서, 리포터 같은 혹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 같은 세련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 같지 말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가볍게 설득했다. 

말씀하시는 것이 아주 잘 전달됩니다. 그거면 됐죠.


B는 아나운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본인의 발표 콘텐츠를 평가받는 것이었다. 그러면 콘텐츠 자체를 심사위원에게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구연동화처럼 또박또박 말이 잘 들리면 심사위원들이 평가하기에 얼마나 좋을까? 


사실 어쩌다 한 번 하는 발표가 중요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 어쩌다 하는 발표는 대부분 단기간 내에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길어야 2주 이내 정도 아닐까? 그 기간에 장표도 기획하고 PPT도 만들고 다이어트도 하고 말투까지 고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하지만 가능한가? 


특히 B와 같이 발표하기 타고 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헛된(?) 환상에 빠져, 말투를 바꿔보려는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단기간의 교정도 어렵거니와, 문제는 콘텐츠고 전달만 잘 되면 OK다.



저는 어쩌다 한 번, 아주 가끔 발표를 하게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씁니다. 개인의 상황이나 처한 업무 환경에 따라 참고할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성공적 발표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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