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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n 05. 2024

사랑하는 내 고자질쟁이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고자질쟁이여서 고민이에요.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한테 유독 고자질을 많이 했어요. 

쪼르르 와서 저 강아지가 저기 똥 쌌다, 저 할머니가 새치기했다 등등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고자질을 하는지 귀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뭐 이런 건 훈육할 거리도 아닌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계속 넘어갔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전화가 오셔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고자질을 너무 한다고 하네요. 누가 누구 장난감을 가져갔어요, 시금치 남겼어요 등등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을 못 볼만큼 자주 찾아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건 좋은데 자꾸 다른 아이들 흉을 보고 그래서 걱정이 된다고 하셨어요. 


쉴 새 없이 다른 사람을 고자질하는 저희 아이 심리에 문제가 있을까요?





아이가 고자질하는 경우는 여러 이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연을 볼 때 아이는 고자질쟁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잘못했을 때 계속 지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아이들이 이렇게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한 편이에요.

이 행동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자신은 규칙을 지키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걸 지키지 않는 것을 보자니 화가 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아주 귀여운 행동일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자신은 사실 원하지 않지만 애써서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안 지키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거죠. 


이런 아이에게 고자질은 나쁜 거야 등의 이야기를 해주셔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이야기하는데 엄마는 왜 그러지? 하면서 오히려 반발심을 들게 할 수도 있고 그럼 나도 이제 규칙 지킬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자는 말씀은 아닙니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남이 뭘 잘못하나 눈 크게 뜨고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에게 "너는 열심히 지키고 있는데, 저렇게 안 지키는 사람을 보니 화가 나는구나"라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을 해주시면서 '네가 얼마나 올바르게 잘 지내기 위해서 노력하는지'에 대한 지지적인 말과 격려를 많이 해주시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아이가 관심의 초점을 타인에게 두기보다는 서서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으로 옮길 수 있어요.


걱정하실 만큼 특이하거나 나쁜 성향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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