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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매번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태어날 때 좀 많이 아팠어요.

두 달 가까이 인큐베이터에 있으면서 온갖 검사를 받고 고비도 있었지만 다행히 제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문제는 그때 온갖 검사도 하고 장비도 차고 주사도 맞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제 추측이에요)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도 너무 심해요.

병원 가자라는 말만 해도 일단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아요.

손바닥이 까질 때까지 문 잡고 버티고 아랫집에서 걱정되어서 올라올 만큼 대성통곡을 해요.

어찌어찌 병원 입구까지 데려가면 그때는 더 심해져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서 탈진할 때까지 악을 쓰고 울어요.

그 경험 많은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도 이런 아이는 정말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를 지경이에요.


아직 아이라 당연히 병원 갈 일이 생기고 또 정기 검진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의 이런 행동이 안되어 보이기도 하면서도 병원 가는 날은 저도 잠을 설칠 만큼 고역이에요.

주변에도 너무 민폐고요.


병원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보통 아이들은 병원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보통은 엄마가 옆에 있으면 적어도 울고불고하더라도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연처럼 병원 이야기만 들어도 자지러지는 아이도 있어요.


이렇게 병원에 대해 심각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의 경우 트라우마일 수도 있지만 심플하게 병원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가능성도 큽니다. 오히려 병원생활을 했던 아이들이 익숙해져서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추측건대 아이의 기본적인 불안 정서도 높은 편이고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미 자리 잡아서 아이의 그런 격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부정적 인식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1. 불안한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괜찮다.

2. 불안은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이다.


이 두 가지를 경험을 통해 이해시켜주셔야 합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놀이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시켜주셔야겠죠. 병원놀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중요한 건 병원을 무서원 한다고 꼭 병원 놀이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에요. 마트 놀이, 식당 놀이, 어린이집 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제공해 주시면서 각각의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안의 상황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역할 놀이를 통해 알려주세요.


병원 놀이를 한다면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주사는 괜찮아' 등의 답변을 유도하지 마시고 상황의 흐름과 반응은 아이에게 맡겨주세요. 다만 '주사를 맞으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이 아이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은 좋습니다.


또한 무조건 한 가지 결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에 따라 여러 가지 결론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세요. 주사는 아프지만 맞아야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좀 무서운데 5분 정도 있다가 맞을래요 같은 대답도 존재함을 알려주세요.


한두 번의 역할 놀이로 아이의 불안 증세가 바로 좋아지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꾸준하고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가 긍정적인 경험을 쌓는다면 아이의 상황은 극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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