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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n 17. 2024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기 때부터 잠이 많았어요.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잠을 많이 잤었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 덕에 좀 편하기도 했어요.

잠을 많이 잔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없었고 아이도 잠만 잘 자면 순한 편이고 크게 요구하는 것이 없어서 육아가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금 매일 아침이 전쟁이에요. 일다 아침에 깨우면 한 번에 일어나는 법이 없고 스무 번을 불러야 눈을 뜨고 그나마 눈을 뜨면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해요.

협박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결국 지각 직전에야 일어나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만 대충 입고 나가는 일이 일상이에요. 아침도 안 먹고 준비물  체크도 안 해서 너무 속상합니다. 어떨 때는 아슬아슬하게 일어나서는 어차피 지각할 것 같다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한바탕 하고 학교에 보내면 기분도 좋지 않고 가끔 화도 나요. 

못 일어나서 주말에 예약해 둔 행사 못 간 건 셀 수도 없고요. 비행기를 놓칠 뻔한 적도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피곤하다는 말만 해도 예민해지고 하품하는 모습만 봐도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요. 

아이도 문제지만 저도 문제가 있는 거겠죠?



아이의 잠으로 인해 여러 곤란한 상황이 많으셨군요. 아마 온갖 방법을 써보신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언일 수 있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심으로 보입니다.

어른들이야 아무리 피곤해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감 때문에라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죠.

하지만 아이들의 조절 능력이나 관리 능력은 당연히 성인보다 약합니다. 의지도 약하고요.

물론 커가면서 서서히 그런 것들이 생기겠지만 결국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사연자분의 아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지금 너무 졸리고 더 자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있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피곤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죠.

혹시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이런 말만 반복하시진 않으셨나요?


"언제 일어날 거야!"

"빨리 일어나서 씻어!"

"학교 늦는다니까? 얼른 일어나!"


피곤하고 졸린 아이에게 이런 말은 그저 잔소리일 뿐입니다.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반복되는 잔소리에 흔쾌히 반응할 아이는 없겠죠.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훈련을 해서 습관이 될 시간이 필요하죠.

아이들은 부모와 소통하고 부모의 행동을 본보기로 참고하고 부모의 격려를 받으며 바른 습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사연자분도 피곤하시겠지만 약속이 있거나 필요할 때 일찍 일어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세요. 그리고 꼭 아이에게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해주세요.


"오늘 할머니댁에 아침 일찍 가기로 해서 엄마는 일찍 일어났어"

"8시에 예약이 돼있어서 엄마 일찍 일어났어"


아이에게 잠을 줄이라거나 졸려도 빨리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아이의 피곤이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오히려 시간관념이죠. 약속된 시간과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지켜야 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학습을 하면 자연스레 그 책임감이 피로를 이기게 됩니다. 

또 아이가 일찍 일어난 날에는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아이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함으로써 어떤 것들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 꼭 말을 해주세요. 

아이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생기는 자기 조절 능력과 학습이 더해져서 올바른 습관이 빠르게 형성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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