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아빠 Jun 14. 2024

맞춤 제작 같은 내 새끼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얌전하고 착한 아이를 둔 엄마예요. 

아이는 밖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순해요.

어른들이 귀여워서 뭐 해보라 그러면 빼는 거 없이 다 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어디 가서도 참 붙임성이 좋아요.

어린이집에서도 반장 같은 느낌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아이들 하나하나 보살피고 맞춰주고 해서 아이들이 잘 따른다고 하네요.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사장님이 저희 아이가 예쁘다고 한마디 했더니 아이가 인사도 하고 해서 사장님이 너무 귀여웠나 봐요. 서비스라고 하시면서 계란말이를 주셨는데 아이가 평소에 싫어하는 파가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한입 크게 먹더니 너무 맛있다고 감사합니다 하더라고요. 사장님은 너무 기분 좋으셔서 다음에 돈 안 받을 테니 꼭 다시 오라고 할 정도였어요.

집에 가는 길에 이제 파도 먹네? 그랬더니 먹기 싫은데 사장님이 주신 거니까 거절할 수가 없어서 먹었다는 거예요. 


이상하게 이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어요. 어린이집에서도 본인 과자 다 나눠주고 장난감 다 양보하고 아이들이 하자는 놀이만 하고 뭔가 아이가 본인 의견 없이 맞춰주는 것에 급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 사이에 있는 걸 보면 자기 의견도 없고 무색무취해요.

지금까지 아이의 사회성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이런 성향이 염려가 됩니다.





부모님들이 상담을 하실 때 가장 크게 오해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의 대인관계를 보고 아이의 사회성을 짐작하는 것이에요. 활달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친구들은 사회성이 좋고 소극적이고 관계를 맺는 게 어려운 친구들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활발한 인싸가 무조건 사회성이 좋은 것도 소극적이고 엄마 뒤에 숨는 아이가 무조건 사회성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활발하게 자기주장만 하고 자기 원하는 대로 하는 아이가 사회성이 좋은 걸까요? 한 발짝 물러서서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상황을 이해하려는 아이는 사회성이 나쁜 걸까요?


아이가 다 맞춰주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셨는데 결론만 말씀드리면 그런 성향이라고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본인의 행동을 꾸미고 신경 쓰느라 지나친 에너지를 쓴다든지 본인의 개성을 찾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다른 이야기이긴 하겠지요.


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것, 친구들을 다 맞춰주는 것이 괜찮은지 혹은 힘들다면 행동을 바꿔보고 싶은지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세요. 


아이가 지금의 상황이 불편하다고 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가정에서 많이 시켜주세요. 나는 그게 싫어, 나는 이게 좋아 등의 표현을 할 수 있게 역할 놀이 등을 통해 꾸준히 연습시켜 주시고 실생활에서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양육자분이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별 생각이 없거나 맞춰주는 것이 좋다면 그런 아이의 의견도 존중해 주세요. 부모님 눈에는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 맞추느라 무색무취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아이는 색깔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색깔을 꺼낼 수 있는, 모든 색을 다 품은 아이입니다. 무지개 같은 존재이지요. 하나하나 상황을 볼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는 누구보다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양육 시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 부모님이 아이를 규정짓고 제한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지켜보시고 응원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나 그렇게 잘나지 않았으니까 칭찬 좀 그만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