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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n 13. 2024

엄마 나 그렇게 잘나지 않았으니까 칭찬 좀 그만해요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이에게는 항상 힘나는 말만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가 조금만 잘해도 최고라는 말로 격려를 해줬고 실패를 해도 곧 일어설 수 있고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줬어요.

초등학생 시절 학습지 백점 맞았을 때는 똑똑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레 요리해주기도 했어요.

아이도 저의 칭찬이나 격력에 더 힘을 내고 두려움 없이 세상과 고난에 맞서는 것 같았어요.

저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아이가 무서울 것 없이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아이가 조금 변했어요. 제 칭찬에도 시큰둥하고 대화도 피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당연히 사춘기가 왔다고 생각했고 이런 시기일수록 아이와 멀어지지 말고 제가 더 노력해서 아이와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아이를 관찰하고 필요한 것이나 심적으로 의지될 일이 있을지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얼마 전에 학원 쪽지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영 안 나왔나 봐요. 아이가 시무룩해있길래 '네가 얼마나 똑똑하고 잘났는데 그 시험 하나로 기죽어있냐. 걱정할 것 없다'는 식으로 아이를 격려해 줬어요. 이제 머리가 커서 제 말 한마디에 바로 기운을 차릴 수는 없겠지만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야기했어요.


"엄마. 나 그렇게 잘나지 않았으니까 칭찬 좀 그만하세요"


그리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 아이의 쏘아붙이는 듯한 말도 충격적이었지만 스스로 잘나지 않았다는 말을 한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제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저의 모든 노력들이 헛수고 같이 느껴져요.





사연자분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사연자분을 볼 때마다 장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최고라고 말해줍니다. 나의 부족한 점을 말해도 그건 문제가 아니고 그런 사소한 단점을 덮을만한 수많은 장점이 있고 세상에서 사연자분이 제일 잘나고 최고라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요.


어떠세요? 이 친구를 만나면 기분이 좋을까요? 내가 잘난 것 같아 기쁠까요? 

처음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만 아마 곧 이 친구가 나를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내가 이 친구가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이 친구는 여전히 내 곁에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 있어요.

긍정적인 피드백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예시이죠.


부모님의 격려와 칭찬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본인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부모의 칭찬이 과하면 아이는 정말 내가 그렇게 잘났는지, 최고인지 회의감이 들 수 있어요. 또한 내가 그렇게 잘나지 않아도 부모에게 지금 같은 사랑과 격려를 받을 수 있을지 두려움에 빠질 수 있어요. 더 큰 문제는 부모에게 최고라는 피드백만 듣고 자란 아이가 세상을 만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듣게 되었을 때 그 피드백이 부모와 다르다면 빠르게 자존감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상처와 아픔을 겪을 수 있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규정지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무조건 너는 최고야, 잘났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기보다는 진짜 내 아이를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그런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자 관심이겠죠.


아이가 정말 잘났을까요 아니면 부모님이 잘난 아이를 원해서 그렇게 만들고 싶은 걸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하신다면 이제 어떤 행동을 하셔야 할지 판단이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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