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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n 21. 2024

사고 후 횡단보도가 무섭다는 아이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작년 겨울에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신호 위반 차량과 부딪혀서 큰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목격자분들 말에 따르면 아이는 보행자 신호에 손을 들고 건너고 있었고 차가 급정지하면서 엄청 크게 클락션을 울렸다고 하네요.  아이는 너무 놀라서 울지도 않고 주저앉기만 했대요. 운전했던 분은 충분히 처벌받았고 진심 어린 사과도 받았어요. 

문제는 아이가 그 이후부터 혼자 횡단보도를 못 건너요.  엄마 손 잡고 천천히 건너보자 해도 벌벌 떨면서 꼭 안아서 건너가 달라고 하든가 육교는 없는지 물어봐요. 

그리고 인도로 걷다가 가끔 차들이 지나가면 차도에 있는 차가 자기에게 돌진하는 것 같다고 무섭다고 울 때도 있어요. 

물론 전문적인 심리 치료를 하겠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아이의 트라우마 극복을 도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아이의 심리치료는 꼭 병행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이가 정말 놀랬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해주실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것은 아이의 그런 공포나 불안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


"뭐가 무섭다 그래. 차 없잖아"

"시간 없어 눈 감고 뛰어가자"

"차는 인도로 들어올 수가 없어 걱정 마"


시간이 없거나 아이의 투정이 길어질 경우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합니다. 아이의 불안이나 공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아이가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흘러가죠.


"아직 당연히 무섭지? 무섭다고 생각해도 괜찮아. 엄마가 손 꼭 잡아줄 테니까 한번 건너볼래?"

"아직 무서울 수 있어. 여기 엄마랑 서서 차들이 신호 얼마나 잘 지키는지 좀 보다 갈까?"

"그때 일로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 그래도 00 이는 꼭 극복을 할 거야. 엄마랑 같이 상담도 받고 매일매일 이렇게 길 건너는 연습 하니까"


이렇게 아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를 인정해 주시면서 곧 아이가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격려를 해주시면 아이가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정말 부모님께서도 아이가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셔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 이러다 영원히 길 못 건너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과 걱정을 숨기고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는 분명히 부모의 그런 걱정을 눈치채게 됩니다. 아이의 트라우마 극복이 빨라지려면 부모의 트라우마가 먼저 극복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의 트라우마 극복은 더욱 시간이 걸리겠죠.


아이는 무조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고 아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시는 거예요. 시간이 흘러 아이가 조금 괜찮아졌다고 판단이 되신다면 어느 날은 아이에게 말해보세요.


"오늘은 엄마 손 놓고 한번 건너는 연습 해볼까?"


엄마의 판단이 맞다면 아이는 조심스럽지만 길을 건너는 데 성공할 것입니다. 그러면 엄마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세요.


"엄마는 00 이가 성공할 줄 믿고 있었어!!"


이 단계에 들어선다면 아이의 트라우마 극복 속도는 빨라질 것이고 언젠가 아무렇지도 않게 횡단보도를 건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따사로운 여름날 엄마와 아이가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길을 건너는 그날을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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