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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l 02. 2024

내 아픈 손가락 둘째 아이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첫째가 선천적인 병이 있어서 자주 아프고 병원도 자주 가요.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아프고 힘든 기색을 많이 보여줄 수밖에 없고요. 긴급하게 구급차를 탄 적도 많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둘째보다는 첫째의 상황에 더 집중하고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둘째가 어릴 때부터 가정의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본 것도 신경이 쓰입니다. 

엄마 아빠의 혼이 나간 모습도 많이 봤고 아픈 형의 모습도 많이 봤어요. 

형 손 붙잡고 운 적도 여러 번이고요. 

아픈 애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부족하나마 둘째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둘째가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괜찮을지 걱정이에요. 

얼마 전에 어린이집에서 가족 그림을 그렸는데 형을 둘러싼 엄마 아빠와 구석에 있는 본인 그림을 그렸더라고요.. 너무 속상하고 미안해서 밤새 울었어요. 둘째의 마음도 일상에서 챙길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 둘을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아픈 아이가 있으면 부모로서는 더 힘들고 감정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챙기고 특히 아픈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공평하게 신경 써주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둘째는 엄마 아빠가 (아프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물리적으로 첫째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더욱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첫째가 많이 아플 때 둘째에게도 원 없는 케어를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째에게는 오히려 형보다 더 가족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역할을 주시면서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셔야 해요.


"형이 지금 할 수가 없어서 그런데 병원 갈 수 있게 서랍에 있는 형 바지 좀 가지고 와줄 수 있니?"

"형 체온을 재보게 체온계를 좀 가져다줄래?"


이 같은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을 부탁하시고 아이가 수행을 했을 때 꼭 덧붙여주세요.


"네가 옷을 가져다줘서 형 병원 준비가 너무 빨라졌어. 고마워"

"형이 열이 좀 있네. 00 이가 빨리 체온계 안 가져다줬으면 어쩔 뻔했어. 고마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둘째는 엄마, 아빠, 형과 함께 하는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소외된다는 감정보다는 가족의 한 명으로서 본인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거죠.


또한 첫째의 컨디션이 좋을 때 둘째가 바라는 가족 활동을 좀 더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아픈 첫째의 요구가 먼저 귀에 들어오시겠지만 둘째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겠죠.

둘의 이견이 있을 때는 절충을 하시되 둘째의 의견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족의 가장 큰 의미는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족과 사랑의 힘으로 꼭 이겨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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