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아빠 Jul 03. 2024

산후 우울증이 좀 이상하게 왔다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기가 모유를 떼면서부터 감정이 좀 이상해요.

완모를 목표로 했고 꾸벅꾸벅 졸면서 수유를 하며 모유 수유만 끝나도 살만하겠다고 기다렸던 순간인데요.

아기가 저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던 한 가지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허전하기도 하고

남편의 별 것 아닌 말에도 눈물이 나요.

아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재미도 있었고 아기가 남긴 밥도 씩씩하게 잘 먹다가 요즘은 잘 넘어가지 않아서 다 버리고요.

하루종일 아기 보는 건 하나도 힘들지는 않아요. 여전히 너무 예쁘고 소중해요.

그런데 뭔가 마음이 너무 가라앉고 감정적이 되어버렸어요.

저 산후 우울증이 이제야 온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로 완모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우선 축하드려요.

간혹 완모 후에 찾아오는 박탈감으로 인해서 우울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 단순하게 '혼자 있어서 외롭고 우울하다'가 아닌, 자신에게 있던 어떠한 것이 박탈되었다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이미 아시는 것 같지만 이 또한 산후 우울증의 연속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너무 아이에게만 몰두되어 있고 그러는 와중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고 육아를 계속하게 되면 더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고 과도하게 양육에만 몰입이 되어서 아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어려워질 수 있어요.

이제 독립되어 성장할 아이를 조금씩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조금씩 거리 벌리기를 하셔야 하는데요.

먼저 아이와 조금 떨어져서 아이 혼자서 무언가 하는 것을 지켜보세요. 절대 도와주시거나 개입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생각보다 아이는 잘할 거예요. 투정도 안 부리고요. 내가 없으면 죽을 것 같던 아이가 생각보다 강하죠?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밖에 함께 외출하셔서 잠시라도 아이는 아이대로 관심 있는 것을 관찰하거나 구경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하고 싶은 걸 해보세요. 아이에게 끊임없이 반응해 주고 신경 써줘야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주변 환경에 호기심도 많고 혼자 생각도 하고 구경도 잘합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그러도록 내버려 두시고 오랜만에 친구와 전화를 하거나 시원한 커피도 한잔 해보세요.


아이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에요.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는 것도 사랑이자 육아랍니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픈 손가락 둘째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