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작? 사부작이 맞는 표현 아냐?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맞춤법이나 틀리고... ㅉㅉ.'
천만의 말씀. 이 작명에 담긴 어마어마한 의미를 알면 뒤로 나자빠질 것이다. 에헴, "사브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유하는 브런치 작가 모임"의 줄임말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우리네 도돌이표 같은 일상 중 2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반짝이는 금요일, 바로 우리가 모이는 날이다.
우리는 청소년 소설, 자기 계발서, 에세이 등 각자 책을 한 권씩 선정하여 발제를 준비한다. 겨울방학 별 다른 가족여행 계획도 없이 집콕하고 있노라면 그저 거실에 퍼져있기 십상이었다. 그러다가 그들과의 금요일 밤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한 권, 두 권 펼쳐 들었다. 하루에 10쪽도 좋았다. 내가 공감하는 책 속의 어느 한켠, 그 자리에 사브작의 누군가도 함께 있다.
시작은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였다. 이제는 평생 교육의 시대, 우리는 어떤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할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그것'을 찾기 위해 오늘도 <구덩이>를 파는 10대 소년들. 내가 파고 있는 구덩이에는 무엇이 나타날까. 나는 무엇을 위해 오늘도 구덩이를 파고 있는가.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의 행동을 멈추기 위한 살인을 선택했고, 그 사이 이토 히로부미는 동양을 위한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두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하얼빈>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top을 찍은 그는 말한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아이의 엄마가 되고 만나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아줌마로서의 자존감을 찾는다. 우리는 그 세계를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라 부른다.
편지를 주고받던 건지섬의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과 줄리엣은 결국 직접 만나 책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을 쌓아 간다. 문득 일상이라는 이름에 감춰진 우리 마음속 상처를 사브작북클럽에서 치유받는 것 아닐까 마음 한켠이 꿈틀 했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독일의 통일과 우리의 분단. 그 사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옭아매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누군가는 본질을 말한다. 그 본질을 찾기 위해 "독서"라는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그들을 위해 한 권의 책을 들고 소년원으로 들어간다. 첫 수업을 위해 선생님이 들고 간 건 책 한 권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책과 함께 작은 간식 꾸러미, 끄적일만한 필기구 그리고 그들이 가까운 미래에 "형님"이라고 부를 작가님이 함께 한다. <소년을 읽다>
삶의 공부가 깊어질수록 우리가 가져야 하는 자세, 한 순간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 같지만 오히려 나를 일으켜 세우는 그 한 마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이 녹고 따뜻한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듯 사브작 제1장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제2장을 열기 위한 마중물, <글쓰기의 쓸모>는 다음 주 금요일 만날 예정이다.
우리는 이름대로 논다. 365일 자는 시간 빼고 사브작 사부작 talk을 주고받는다. 책을 읽다 만난 한 구절, 오늘 하루 또는 한 순간의 '나' 이야기, 10년 뒤 우리네 모습 그리고 책이든 글이든 좀처럼 가까이하지 못했던 그간의 마음까지. 봄의 시작 즈음 나의 글쓰기는 멈췄다. 하지만 사브작, 그들은 나를 놓지 않았다. 휴직 후 이런저런 조급한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내가 언제 돌아봐도 걸어올 수 있게 눈 덮인 길을 빗자루로 쓸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