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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31. 2024

겨울을 준비하는 자세

 월동준비를 시작할 때

(본 글은 제품 광고가 아닙니다.)


몇 번의 가을비가 오고 나니

저녁 6시만 돼도 바깥이 깜깜해지고

아침 7시 넘어가서야 햇빛이 정수리를 조금 보여준다.

빛이 덜 들어오니 아침기온도 뚝 떨어진다.

한두 겹 옷 껴입기를 극도로 거부하는

우리 아이들도 알아서 겉옷을 챙겨 입을 정도이다.


시간이 국가대표 선수가 쏜 화살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내일이면 벌써 11월.

겨울을 한 달 앞둔 지금,

"몸건강 > 피부 > 옷 > 잠자리" 순서로

월동준비를 시작한다.




사실 10월 중순쯤부터 월동준비는 이미 시작되었다.


얼마 전 온 식구들을 데리고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러 갔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를 감안하여

10월 중순에서 11월 초 사이 맞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저마다 왼쪽 어깨 근처에 동그란 대일밴드를

하나씩 붙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접종 전 샤워도 했고 외출 금지령까지 떨어졌다.

 

호흡기 관련 염증이 특히나 심해지는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계절 중 세 개의 계절이나 괴롭다니...

그런 아이들을 보는 내 마음도 괴롭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속는 셈 치고 구입한 유기농 수세미즙.

식후 TV 보거나 이야기 나눌 때

하나씩 짜 먹일 요량으로

식탁에 하루치 양만큼 올려두었다.


숙제를 마치고 바깥놀이를 나간 아이들을 뒤로하고

혼자 산책길에 나섰다.

사실 산책을 가장한 쇼핑가는 길인 건 안 비밀이다.

산책길 중간에 있는 올리브영으로 곧장 향한다.

이달 말까지 세일기간이라 안 갈 이유가 없다.


수많은 보습템 가운데 꾸준히 쓰고 있는

제품 코너로 거침없이 간다.

튜브형 빨간 연고를 식구 수 대로 구입.

부르튼 입술과 미처 핸드크림을 챙기지 못했을 때

예정이다.

작아서 아이들 손가방과 남편 사무실에 두기 좋다.


아이들 몸에는 아무거나 바를지언정 

얼굴 크림은 신경 쓰는 편이다.

좋은 제품은 비싸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조한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얼굴이라

내 화장품은 만 원짜리 듬뿍 짜서 발라주더라도

연약한 아이들 피부에는 좋은 걸 발라주고 싶더라.

그래서 1+1 행사를 이용해 조금씩 쟁여둔다.


작아진 여름옷을 없애 최대한 옷장 공간을 확보.

가을겨울 간 입을 옷들이 잘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전기장판 전선도 다시 들고 나와

침대 맡 콘센트에 꽂아둔다.


자잘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구들의 불편함이 없게 끔 챙겨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아, 그렇다고 나를 뒷전으로 두지는 않는다.


나를 위한 털 실내화 하나를 장만.

열이 많은 남편 것까지 굳이 같이 사서

배우자의 기가 찬 표정을 봐야 성에 차는 사람이 나다.

이제 작년 겨울에 교체해 둔 보일러만 틀면 다됐다.





아차!

김장을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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