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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빈틈
Oct 28. 2024
믿었던 J의 반란
계획, 그까짓 거 대~충!
"여보, 몇 시까지
가
면 돼?"
"응? 몰라. 되는대로 가보지, 뭐."
"엄마, 어디로 가
?"
"글쎄, 지금 찾아볼게."
아,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J다.
MBTI.
사람의 성향을 결정짓는 요즘
의
방식.
혈액형으로 타인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에 비해
다소
편견
이 덜하고
구체적인 듯
하
다.
4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데 그중 하나
는
계획적이냐,
즉
흥적이냐에 따라
J 성향, P성향으로 사람을 나눈다.
나는 J다.
시간표 짜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할 일,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을 세우곤 한다.
어딜 가나 계획이 되어 있어야 하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Plan B도 있어야 한다.
아, 잠깐!
계획 짜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계획을 달성하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걸 짚고 넘어가자.
하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면?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다녀야 한다면?
그에 반비례하여 부부의 체력이 점점 바닥난다면?
계획이 이 모든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J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서둘러 가는 차에서
"엄마, 나 배 아파."
하면
도착지 대신 휴게소
부터
찾아 차를 세워야 한다.
내가 음식을 넉넉히 싼다고 해도
다 먹고 난 아이 입에서
"엄마, 나 배 고파."
하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이른 아침
출발을 예고했으나
"여보, 나 10분만 더 잘게."
하면 오후 일정만 가능한 것이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믿었던 J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아주 큰 틀만 잡아두고
자세한 일정
과 동선
은 오고 가는 차에서 이루어진다.
어디를 먼저 갈지 지도 앱으로 찾고,
어느 식당을 갈지 아빠, 아이들과 투표로 결정된다.
미처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하지 못했을 땐
에라, 차는 버리고 그 자리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세상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출발일이 다가오고 챙길 것은 많은 J에게
시간은 항상 모자란 무언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J를 살게 하는 것은
조금은 풀어진 마음가짐과 튼튼한 두 다리.
늦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보다
그거라도 보고 오는 것이 낫다는 정신승리의 대표주자.
차가 밀린다고 절망하기보다
평소에 러닝머신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때라고 여기는 긍정의 아이콘.
이런 지금의 "나"가
그 옛날 혼자 일정표를 붙잡고 남편과 아이들을
질질 끌고 다니던 "나"보다
훨씬 행복하다.
여보, 얘들아,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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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부디 누군가에게 '나'를 찾는 쉼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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