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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20. 2024

당신의 밥상은 안녕하신가요?

나를 챙기는 온전한 한 상


벌써 몇 번째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그랬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텐데 말이다.

오늘따라 어제저녁 식사로 내놓은 것은 남는 것 없이 동이 났고

금요일에 다가가서일까 식재료도 남은 것이 별로 없다.

나가서 먹기에는 마땅히 생각나는 메뉴도 없다.

아휴, 이렇게 또 라면을 먹게 되는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의 삼시 세 끼는 항상 누군가가 챙겨주곤 했다.

집에서는 엄마, 학교에서는 급식 아주머니.


졸업하면서 취업을 한 덕분에

나의 삼시 세 끼는 여전히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

식당 메뉴로 투덜거리는 틈 속에서 혼자 속으로 말했다.

'맛있는데...'

어딜 가서든 주는 밥은 가리지 않고 잘도 먹었다.

골고루 잘 먹는 사람은 성격도 좋다던데

무엇이든 예외는 있는 가보다.


퇴사 이후인 지금에 와서야

부엌을 부지런히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아이들 식사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가

어떻게 해서든 탄단지에 과일식단까지 차려 내게 되더라.

그런데 나 혼자 먹을 한 끼 앞에서는 내 창의력이 맥을 못 춘다.

'내 것을 스스로 차려먹기가 이리 힘든 일이었나?'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니지 싶었다.
설사 내가 요리를 잘하고 부엌살림에 능수능란해도
그것이 '나'가 아닌 남을 위해서가 대부분일 것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한다는 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밥 하나 먹는 것 가지고 유난 떤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
'식'에 해당하는 것도 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
나의 생존에 직결되는 것인 만큼
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먹는 것으로 나를 얼마나 챙기고 있는가?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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