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가스불을 끄러 다녀온 사이 의자 높이가 심하게 올라가 있다.
아이들이 또 내 책상 의자에 앉아 장난을 치고 사라져 버린 것이 분명하다.
나에게 맞는 높이를 찾느라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다시 나만의 높이를 찾았다.
그러다 문득 회사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김선임!"
선배의 부름이다.
냅다 달려야 한다.
자리로 가는 사이, 선배도 팀장님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
선배가 급히 간단한 업무를 부탁하고 회의실로 자리를 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선배 의자에 앉아 일을 하는데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뭘까 생각하며 의자를 살폈다.
의자 종류가 다른가 싶어 보니 아니다. 똑같다.
일을 처리한 후 다시 내 자리에 와서 기다리고자 돌아와 앉았다.
어라? 갑자기 세상 편한 내 의자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분명 똑같은 의자였는데... 뭐지?
다시 선배 의자에 가서 앉아보고 또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역시, 내 것이 불편하다.
높이의 차이인가 싶어 의자의 높이를 조금 낮게 조절했다.
평소보다 훨씬 안정감 있고 편안했다.
입사 후 2년.
그제야 나에게 맞는 높이를 찾은 것이다.
내가 편하다고, 맞다고 고수한 것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은 언제나 불편하다.
내 것이 틀렸다는 걸 즉각 수용하고 바로 잡을 수 있을 때가 있고,
나의 오류를 인정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바로 잡을 때
불편했던 감정을 꽉 막힌 것이 해소된 시원한 감정이 덥석 삼켜버린다.
똘똘 뭉친 밤 고구마를 시원한 사이다가 넘겨주듯이 말이다.
긴 시간 동안 나의 것을 유지했을 때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오래 걸린다.
하지만 오류를 수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게 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것이 온전히 나에게 맞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
아니면 나에게 맞게 한 번 더 수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도 추가하면 더없이 좋다.
남의 것이 좋다고 조바심 낼 필요도 없다.
나의 것이 맞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기질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니까.
의자의 높이를 맞춘 지 한참이 지났다면 한 번쯤 오르락 내리락을 권한다.
혹시 모를 "나만의 높이"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언스플래쉬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