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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슈아 오 Dec 21. 2020

1PAGE 아트 레시피, Page 6

Hi~! Spider Woman

 Galerie Karsten Greve 전시 포스터, 2005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1911~2010)

하이~! Spider Woman



죠슈아는 노트북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낯선 이의 얼굴이 느껴진다. 이 얼굴이 방금 전까지 ‘예술가들의 고통과 상처는 예술작업에 어떻게 반영되고 표현되는지 그들의(루이즈 부르주아, 에밀리 디킨슨, 샐리 만, 뭉크 등) 작품으로 소통하는 전시’의 서문을 쓰고 있었던 모습인지, 아니면 유년시절 엄마에게 혼나서 잔뜩 기죽어 있는 어린 그녀의 모습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창밖을 바라보았더니 담벼락에 거미 한 마리가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진득진득하게 뽑아 만든 그물망에 걸려있는 벌레를 향하여 가고 있는 거미를 발견하고 팔짝 뛰어서 거미를 잡으려고 한 어린 죠슈아를 꾸짖고 있는 엄마 아데나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뜰에 자리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MAMAN>, (1999, 청동주물 cast 2001) 작품 아래  서 있는 17살의 죠슈아와 그녀의 엄마 아데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죠슈아는 고개를 있는 힘껏 들어 뒤로 젖히고 거미 배에 달린 주머니 안의 26개의 대리석 알들을 바라보다가, 가느다랗고 기다란 1024센티미터의 8개의 다리 사이사이를 천천히 둘러본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죠슈아는 갑자기, 멀찌감치 서 있는 아데나에게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다. “140센티미터도 안 되는 단신의 여성이 80세가 넘은 나이에, 이토록 거대하고 웅장하며 섬세하기까지 한 조각상을 창조해 내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이게 가능한 일이에요? 엄마?” 

거대한 거미 조각상을 올려다보고 있던 아데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한다. “죠슈아~ 어렸을 적 그물망에 걸려있던 벌레에게 다가가는 거미를 잡으려고 하다 혼났던 기억나지? 우리에게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어주는 의로운 거미를 몰라봤잖아? 죠슈아도 알다 피시 거미는 알을 품은 채로 기다랗고 가느다란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쉴 새 없이 실을 자아내어 자식을 보호하잖아! 이런 거미의 모습에서 루이즈 부르주아는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단다. 아버지와 친언니처럼 따랐던 가정교사와의 긴 세월의 불륜을, 스페인 독감으로 오랜 시간 병상에 누운 채로 묵인하며 자식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말이야! 또한 몸에서 실을 뽑아 거물을 짜는 모습에서, 태피스트리 수선을 위해 바느질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했지!”라고 말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말을 다시 이어간다. 

“죠슈아~ 너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도 너의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아프고 안쓰럽단다. 지금까지도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하시는 모습을 보면 말이야. 암튼 루이즈 부르주아는 아버지의 불륜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예술작업을 통하여 치유해 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갔단다! 그 과정에서 한 인간으로서 크게 견고해졌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6개의 유명 미술관의 뜰에 거대한 거미 조각상이 차지하게 됨으로써 전대미문의 예술가가 되었단다.”


 빗방울이 뚜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흠칫 놀란 죠슈아가 창문 밖을 내다보니 방금 전의 거미는 이미 사라진 후였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Spider Woman>, (천 위에 가는 바늘을 쓴 동판화/Stoff, 2004) 작품으로 시선을 옮겨 응시하며 미소 짓는다.  90이 넘은 나이에도 자식을 걱정하는 전 세계 어머니들의 자화상을 이웃집의 아주머니와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또는 자식을 해하는 존재를 위협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 거미 엄마는, 따뜻한 붉은색을 몸에 두르고 죠슈아의 상처와 불안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보듬어 준다. (루이즈 부르주아에게 붉은색이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의 무심함에 대한 연민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 성性, 자식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 정체성, 그리고 말년의 꽃 시리즈에서 화해와 용서의 상징이다.)


그리고 이 순간 죠슈아는 밀란 쿤데라가 쓴 <정체성>의 한 구절이 마음 깊이 스며들어 코끝이 찡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기를 갖고 동시에 이 세계를 경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를 내보낸 곳이 바로 이 세계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계에 집착하는 것은 아기 때문이며, 아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 소란스러움, 그 소요에 기꺼이 참여하며 이 세계의 불치의 바보짓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란다.’







참고 서적   윤현희,《미술관에 간 심리학》, 믹스커피, 2019 /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정체성》, 

민음사, 1997 / 조이한 《뉴욕에서 예술 찾기》, 현암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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