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를 무서워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워하는데,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모르겠다.
출근 전 7시쯤 달리는 것을 실천한 지 세 달 차.
산길로 시작해 공원을 도는 코스로 돌고 있는데, 막바지 공원+땡볕 코스가 가장 힘들다.
그런데 이 코스에는 항상 까치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헥헥대며 뛰는 나를 바라보거나
가끔을 '까악깍'하고 소리를 내기도 한다.
새를 공포스러워하는 나지만, 그 까치를 볼 때 아빠 생각이 난다.
까악깍 소리가 "은지야 파이팅, 힘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해서
가끔 혼자 뛸 때는 "아빠 고마워."라고 혼잣말을 할 때도 있다.
새를 무서워하는 나와는 다르게 아빠는 새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아빠가 회사에서 누군가 버린 새 모형(?)을 집으로 잔뜩 가져온 적이 있다.
그 시절엔 잘 나가는 회사 사장님 집무실에는 진짜 같은 동물 모형을 전시해 놓는 게 유행이었다.
하필 그중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진짜 같은 새 모형이 방에 있는 걸 보고 기겁을 했고,
기겁을 하는 나를 보고 엄마는 "이런 남이 버린 쓰레기를 왜 집까지 가져와서 애를 놀라게 하냐며"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그대로 바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버렸다.
나중에 퇴근한 아빠가 이 사실을 알고, 엄청 서운해하며 "네가 좋아하는 물건을 버리면 좋겠냐"고 나한테 엄청 뭐라고 한 기억이 있다.
정도 많고 세심하고 소심했던 아빠다운 대응이었다.
그래서인지 까치를 보면 더더욱 아빠 생각이 난다.
그리고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오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 있을 때 확실히 아빠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몇 걸음도 못 걸을 것처럼 힘들 때마다 항상 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우연일 수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아빠가 배려해주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까치를 볼 때, 그리고 1층에 선 엘리베이터를 볼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