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꽤 큰 규모의 강연에 초청을 받게 되었다.
어제 유호진 선배의 유퀴즈 출연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예능 피디가 되니 뭐가 좋냐는 질문에 "세상에 좋은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답하는 걸 봤다.
사실 내가 예능 피디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어린 시절 가수를 좋아하면서부터다.
그전에는 주변에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예 없었고 그런 직업군 자체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음악 방송에서 가수에게 지시를 하고 스스럼 없이 대화를 하던 낯선 남자. 그 사람이 예능 피디라고 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가수와 편하게 소통하던 모습이 초 저학년인 팬에게는 꽤 임팩트 있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방송국에서 일하는 걸 동경했지만,
해맑게 어떻게 하면 피디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나에게 돌아온 답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에 하나 가고 다시 얘기해라."라는 차가운 답이었다.
절망스러웠다.
나는 그냥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 무려 수학을 4점 받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는 안 된다. 다 찍어도 4점은 넘었어야 하는데...)
그런 나에게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어 실제로 SKY중에 하나를 가서 KBS 예능 피디로 살게 해 주신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나는 예능 피디 선배님.
그 한마디로 내 인생은 바뀌었고, 단순히 좋아하던 연예인은 나의 직업관과 진로를 고민하게 하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런 연예인과 입사 후 10년 간 단 한 번도 만나지도 못하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마주하게 됐고, 나는 때마침 팬에 관련된 첫 책을 쓰게 되었다.
그게 바로 <덕후가 브랜드에게>다.
늘 팬레터만 쓰는 어린 팬의 입장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책 표지에 저자로서 스타에게 메시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더 길게 쓸 말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첫 책을 쓸 수 있게 여전히 건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덕분이라고 말이다.
기꺼이 팬이 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중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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