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 콘서트 미쳤다ㅜㅜ
출근 길에 찾아본 투애니원 15주년 콘서트 영상.
아침부터 울 생각은 없었는데, 네 명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았다.
아마 아무도 없는 장소였다면 많이 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냥 팬이어서, 그저 감성적이어서 즉흥적으로 느끼는 그런 감정이 아니다.
지금 투애니원의 팬들처럼 10대 때 온전히 최선을 다해 좋아했던 젝키.
누군가에겐 한심한 팬들 중 하나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수를 좋아하는 마음은 사람들 앞에서 입도 못 뗐던 소심했던 나를 새벽에 혼자 제일 은행 앞에서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줄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학창 시절 나에게 다가왔던 크고 작은 불행들을 넘어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무섭고 불안했던 밤이면 이어폰 꼽고 젝키의 음악과 목소리를 들으며 가끔을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 넘어갔다.
그리곤 사회로 나와 크고 작은 부침들을 겪으며 젝키를 생각하는 날보다는 사실 아예 잊고 살게 되는 날이 많아져버렸다.
심지어 방송국에서 일하는 피디가 되었는데도, 지나가다 볼 일 조차 없었고 업무 관련 또한 없었기에 '그냥 한 때 팬이었지 뭐' 하는 무심한 마음으로 살고 말았다.
그러다 무려 20여 년이 흘렀고,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관심자체가 사그라들었던 그 때.
다시 합쳐진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서 전혀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프닝 부터 창피한 줄도 모르고 눈물이 났다.
그 눈물에는 긴 시간 굽이 굽이 곡절어린 시간을 잘 견디고 흘러보낸 나에 대한 연민도 담겨있었다.
물론 해체 이후 각자 살며 여러가지 힘듦을 겪어온 멤버들에 대한 공감도 있었다.
인기 그룹에서 따로 떨어져나와 각자 살아가는 것 또한 녹록치 않았을테니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버텨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투애니원 콘서트를 보며 7년 전 쯤 느꼈던 감정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잠시 떨어진 시간 동안 팬과 가수 모두 각자 바닥을 치며 힘들었던 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뜨겁게 우는 멤버들을 보니 더 잘 알 수 있었다.
리더 씨엘이 이 공연이 멤버 모두에게 큰 치유가 된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에 굉장히 공감이 됐다.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그녀의 한 마디,
"여러분들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할 수 있어도 도전해보시라고 저와 2NE1이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