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매운맛』_팔호광장
마음의 문에는 손잡이가 안쪽에만 있습니다. 여는 것도, 닫는 것도 당신입니다.
행복은 내가 가지고 남는 것을 주어야 남에게도 행복이 됩니다.
침대에 누워 단 번에 읽고, 필사하기로 마음먹은 세 문장.
특히 '행복은 내가 가지고 남는 것을 주어야 남에게도 행복이 된다'는 말이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때로 남을 행복하게 한다는 이유로 정작 나는 인상 벅벅 쓰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시간을 보낸 적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을 대할 때 그런 경우가 많았다.
너를 혹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무조건 희생하고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는 스스로 만든 강박.
그 누구도 그러라고 시키지 않았고,
심지어 바라지도 않았을 텐데 마치 그렇게 지시를 받은 사람 마냥 씩씩대면서,
"자 다들 어때 행복하지?"하고 강요한 적이 많았는데
저 문장을 보니 지난 과거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뜨끔했던 것이다.
특히 책을 보고 침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구절이 있었다.
책 보고 잘 우는 편은 아닌데, 가족들이 다 같이 있어선지 특히 나와 반대성향의 부모님 밑에서 자란 상반된 표정의 남편 얼굴이 보여서 그런지 더 울컥했다.
책에서 말한 위의 두 부모의 태도는 상반된다.
세상은 다 몹쓸 놈들로 꽉 찼어 vs 세상은 감사할 일들로 꽉 찼어.
사실 나의 경우 사는 것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뭐 이마저도 핑계일 수도 있지만), 세상은 아름답고 따뜻하다는 가르침보다는,
세상은 경계할 일도 경계할 사람도 많은 곳.
내가 잘 되면 나를 시샘하는 자로 가득 찬 곳.
위와 같은 방향의 가르침을 주로 받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처럼 모두를 주시하고 미워하는 태도는 사실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시도 안주하지 않고 반 1등을 유지했던 순간에도
혹시나 한 눈 판 사이 누군가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공부했기 때문이다.
또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친구를 한 없이 미워했다.
너그럽게 퍼주는 건 곧 나의 성적 하락을 뜻했기에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이는 성적 경쟁이 끝난 이후 성인,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꽤 오래 관성처럼 지속됐다.
남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가 아니라는 뻔한 논리를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를 깨닫게 된 계기는
주변에 매일 감사하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살아왔던 좁은 내 세상에서는 미워하고 시샘하기에도 24시간이 부족했다.
이런 치열한(?) 시각에서는 누군가를 경멸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 없이 태평하고 게을러 보이기만 했다. 사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몹시 부러워했다.
저렇게 타인을 인정하고 축하해 주며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편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고 내가 바뀌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인상 깊은 문장 중 하나였던,
마음의 문에는 손잡이가 안쪽에만 있어 여는 것도, 닫는 것도 내 몫이라는 부분.
진심으로 내 주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는 기분은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그리고 냉정히 내 주변 사람들이 잘 되어야 내 가치도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그것을 시샘하고 미워하고 분개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가장 감성적이었던 사춘기 시철과 20대의 대부분을 보냈던 내가 딱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눈물이 났다.
이제라도 더 늦지 않게 깨닫게 되어 다행스럽다.
이 같은 맥락에서 매주 만나는 살림남의 출연자들.
서로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위해주는 모습을 보면
복잡했던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뭔가 조금이라도 힘든 것 같다는 얘기가 흘려도 당장 본인이 도울 건 없는지 물어봐주는 사려 깊은 지영언니와 속 깊은 지원오빠 그리고 서진.
따뜻한 세 사람 그리고 내 옆에 제작진들 덕분에 더 따뜻한 겨울이다.
이 들의 따뜻함을 지켜내는 것 또한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