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_박성혁 지음
올 7월 나온 첫 책 <덕후가 브랜드에게>
사실 평생을 팬으로 살면서 느꼈던 머릿속의 생각을 옮겨낸 책이기에 첫 책이었지만 집필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거기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나에겐 너무 오래된 습관이자 유일한 취미이기에 오히려 피로보단 활력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마감에 쫓길 정도로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다.
감사하게 책 제안이 많이 왔고, 나 또한 먼저 제안해보기도 했다.
내가 글을 써주길 원하는 주제는,
피디로서의 기획 책, 연예인 이야기, 100% 내 마음을 담은 에세이, 몰입 공부법, 사회생활 관련 책 등 생각보다 분야도 다양했다.
그중 몰입 혹은 공부에 관련된 책을 구상하며 읽었던 책이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몰입(Flow)‘은 어떤 행위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 잊어버릴 때의 심리적 상태이다.
즉, 느끼는 것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모든 정리정돈은 일종의 ‘엑스레이’입니다.
겉으로 안 보이는 내 마음상태, 내 정신상태를 적나라 하게 찍어서 보여주니까요.
아무리 학교에서 똑같은 크기, 똑같은 모양의 책상을 나눠줘도 일주일만 지나면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모습이 극과 극입니다.
어떤 책상은 깊은 산속 맑고 고요한 절처럼 정갈한데, 어떤 책상은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 쓰레기장 같아요.
주인의 정신상태가 고스란히 다 들통 나는 겁니다.
도전하기 전에 미리 온갖 잔머리를 굴려 내 인생을 ‘시뮬레이션’해보고 안 되겠구나 싶어 지레 포기하는 것.
그것은 금속에 슬기 시작한 ‘녹’ 같다. 처음엔 하찮게 보이지만 나중엔 녹 때문에 물체의 원래 모습조차 알 수 없게 돼버리는.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중에서
책 자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였기에 존대 어투와 익숙한 이야기 혹은 위인들을 예시로 든 부분이 많았다.
후반부에는 부모님의 효와 관련된 부분도 많아서, 내가 부모라도 자식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을 것 같았다.
물론 자식이 마음을 쏟아 읽어주는 게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나도 수학 4점을 맞고,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머리에 핵꿀밤을 맞던 문제아에서
반 1등으로 시작해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하기까지 꽤 낙차 큰 스펙트럼을 겪어왔다.
사실 안온한 대우를 받은 모범생 기간을 산 건 고1부터 고3까지 딱 3년 이긴 하다.
안온한 모범생의 시간 배제되는 지도 모르고 철저히 배제되었던 문제 학생의 시간.
이 시간들을 둘 다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교실 맨 뒤에 앉아서 이름점이나 치고 있는 아이들은 보지도 못하거나
한 문제 한 문제에 마음 졸이는 성적 우수생의 마음은 읽지도 못한 채 눈을 반 만 뜬 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내가 원해서 겪었던 시간들은 아니지만,
나의 신체와 사고를 점령했던 판이하게 다른 두 파트의 시간을 지나오며 느꼈던 점들을 공유하면
두 파트에 걸쳐있거나 혹은 더 높은 파트를 위해 점프하고 싶은 사람에게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거창한 감동까진 아니더라도 쓸쓸하게 혼자 밥을 먹을 때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란다.
내가 만드는 책 또한 모든 글들을 필사하고 싶을 정도의 명필, 명문장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완독하고 세 문단을 기록해 두었듯,
한 줄이라도 혹은 한 토막의 생각이라도 혼란스러운 시기의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효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글을 쓰는 충분한 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장 글을, 책을 쓰고 싶다.
우선순위는 당장 나를 몰입해서 글 쓰게 할 주제와 출판사 파트너를 확정하는 것이다.